주식회사의 원형은 고대 로마로 거슬러 올라간다. ‘푸블리카니(Publicani)’라는 조세징수 조직이 ‘파르테즈(Partes)’라는 주식(수익분배청구권)을 발행해 투자자를 모은 뒤 남는 수익을 배분했다. 개인 간 양도가 가능한 파르테즈는 로마인들의 투자 대상이었다.
주식회사는 14~15세기 이탈리아 ‘길드(동업자 조합)’를 거쳐 1602년 네덜란드에서 근대적 형태를 갖추게 된다. 해외 무역업체인 동인도회사는 험난한 항해에 수반하는 해난사고, 해적 피습 등의 위험을 다수 투자자에게 주식을 발행해 분산시켰고, 장기 투자에 따른 수익배분 계약이라는 틀을 만들어 영속 기업으로 번성했다. 로마 푸블리카니로부터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 그 뒤를 잇는 현대 주식회사들에 이르기까지 기업은 주식 단위로 분산 소유돼 왔다. 그보다 작은 소유 단위는 없었다.
그러나 서학개미 등장을 계기로 주식 투자에 변화가 일고 있다. 고가 주식을 쪼개서 투자하는 게 붐을 이루고 있다. 아마존 같은 미국 기업은 주가가 주당 3000달러를 넘어간다. 투자하고 싶어도 개미 투자자들에게는 ‘언감생심’이다. 이런 니즈를 파고든 게 이른바 ‘소수점 투자’다. 금융회사들은 ‘커피 한 잔 값으로 아마존·애플·테슬라 주주가 돼 보자’라며 소액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소수점 투자의 압권은 암호화폐다. 암호화폐 시장의 ‘기축통화’로 불리는 비트코인의 경우 1000만분의 1개 단위로 쪼개 거래된다. 17일 기준 1비트코인 가격은 5486만원이지만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1사토시(1000만분의 1 단위)를 약 0.5원에 사고팔 수 있다. 살 만한 자산이 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거래량은 유가증권시장 거래 규모의 4배에 달한다. 주식과 암호화폐뿐 아니라 그림과 건물, 지식재산권 등 돈이 될 만한 자산은 모두 소수점 투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소수점 투자의 장점은 작은 액수로 취미 활동을 하며 수익도 낼 수 있다는 데 있다.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역주행하면서 그 저작권 수익률이 2070%에 달했다는 보도다. 100만원을 투자해 2000만원을 벌었다는 전설 같은 얘기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주식이나 비트코인, 그림, 빌딩, 지식재산권 등을 소수점 이하로 나눠 소유하는 행태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사회현상이다. 그에 걸맞은 정책방향과 주무부처 선정, 투자자보호 대책 등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때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