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최근 65년 만에 가장 이른 장마가 시작되면서 올여름 국내 장마 시기와 기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여름 테마주는 장마나 태풍으로 혜택을 받는 종목과 폭염 수혜주로 운명이 갈리기 때문이다.
17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여름 폭염 시 음료·빙과 관련주는 기저효과를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음료·빙과 관련주는 작년 여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타를 맞은 데다 역대급 장마로 인해 7~8월 성수기 효과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지난해 장마는 중부지방 기준 6월 24일부터 8월 16일까지 이어져 기상 관측 이래 최장 기간 쏟아졌다. 이 여파로 빙그레 냉동부문의 작년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5월 6만7000원대에서 놀던 빙그레 주가는 성수기인 7~8월 오히려 내리막길을 걷더니 8월 말에는 5만7000원대에 거래됐다.
김혜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빙그레의 목표주가를 8만원으로 제시하면서 “전년도 성수기 길었던 장마로 기저효과가 예상된다”고 했다. 빙그레는 전국적으로 흐리고 곳곳에 비가 내린 이날 0.95% 하락한 6만2300원에 마감했다. 롯데제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도 폭염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종목으로 꼽힌다.
반면 농약 및 비료 관련주는 장마나 태풍으로 오히려 반사이익을 보는 종목이다. 장마철에는 탄저병 등 병충해를 예방하기 위한 방역 작업이 자주 이뤄지기 때문에 약제 수요가 급증한다. 지난해 7~8월 두 달간 농약제조업체 경농과 비료업체 조비의 주가는 각각 31.3%, 42.4% 폭등했다. 수도 정비, 폐기물처리 등 시설 복구 관련주도 장마 수혜주로 꼽힌다.
LG전자, 위닉스, 신일전자, 파세코 등 냉방기계의 경우 에어컨·선풍기 등 냉방가전과 제습기 매출 비중에 따라 향방이 갈린다. 신일전자는 지난해 역대급 장마 상황에서 주가가 부진했다. 7~8월 두 달 사이 17.5% 하락했다. 이 회사는 제습기도 생산하지만 매출의 절반가량을 선풍기가 차지해 폭염에 유리한 종목으로 평가받는다. 기상청은 오는 24일 올여름 기상 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