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키파운드리의 완전 인수를 추진한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첫 행보다.
17일 전자업계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키파운드리(옛 매그나칩 파운드리부문) 인수 방안을 확정 짓고 키파운드리 측에 협상 의사를 밝혔다. 키파운드리 측도 자문사 선임을 마친 후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키파운드리는 8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업체로 1979년 설립된 LG반도체가 모체다. 1999년 현대전자와 합병하면서 하이닉스반도체가 됐고, 2004년 하이닉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메모리 부문을 분리해 매그나칩반도체로 이름을 바꿔 해외 투자자에 매각됐다. 키파운드리는 이 매그나칩에서 충북 청주에 있는 파운드리 시설만 별도로 떼어내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3월 사모펀드(PEF) 운용사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와 그래비티프라이빗에쿼티가 공통 투자자(GP)로 조성한 펀드(매그너스 PEF)가 5100억원에 인수했다.
SK하이닉스는 당시 이 매그너스PEF에 약 2073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키파운드리 인수에 일부 참여했다. MG새마을금고가 나머지 금액을 부담해 PEF 지분 ‘50%+1주’를 보유한 최대 출자자로 남아 있다. PEF 투자자의 요구 수익률 등을 고려할 때 SK하이닉스 측이 최소 4000억원 이상을 추가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업계에선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부문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시스템IC)가 중국에서 자리를 잡은 데다 키파운드리의 경영 정상화가 일부 진행돼 SK하이닉스가 예상보다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8인치 파운드리 설비 품귀 현상이 심해져 추후 인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매각 측과 인수 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PEF로선 매각 가격을 극대화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만큼 SK하이닉스 측의 제안에 응할지 여부가 미지수다. SK하이닉스와의 1 대 1 협상 대신 공개매각 등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 언급을 피하고 “자체 증설 방안 혹은 여러 방안의 M&A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점도 추후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말했다.
차준호/황정수 기자 chacha@hankyung.com
≪이 기사는 05월17일(16:3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