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식당)은 창업 아이템 순위에서 항상 1위다. 수많은 사람이 도전하고 상당수가 실패를 경험한다. ‘입학은 쉬운데 졸업은 어렵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레스토랑 사업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주 월요일 한경 CMO 인사이트가 전하는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사례 분석)에 소개된 젊은 사업가 김왕일 CIC FNB 대표(30)에게서 힌트를 얻어보자. 김 대표는 무일푼으로 레스토랑 사업에 뛰어들어 4년 만에 8개 브랜드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매장을 열면서 투자한 자금을 단기간에 회수하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김 대표는 고등학생 때 ‘모든 레스토랑의 분위기와 음식이 왜 비슷할까. 사람들(고객)은 새로운 것을 원하는데…’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는 판에 박은 듯 개성이 없는 비슷비슷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키우다 호텔 경영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스위스 글리옹 경영대학에 진학했다. 마케팅 최고 가치 '차별화'로 승부
방학 기간엔 한국에 오지 않고 유럽 각지를 돌면서 세계적인 레스토랑을 경험했다. 김 대표는 “옥탑방에서 지내면서 생활비를 최대한 아껴 고급 레스토랑 수백 곳을 다녔다”며 “하루 여섯 끼를 먹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유럽 다음엔 미국을 경험하고 싶었다. 플로리다의 한 럭셔리 호텔에 취업해 하루 17시간 일하면서 레스토랑을 배웠다.
한국에 돌아와 창업을 준비하면서 투자자를 찾았다. 무작정 서울의 유명 레스토랑들을 찾아갔다. 그렇게 만난 한 청담동 레스토랑 주인이 투자자로 나섰고 첫 브랜드인 ‘오프닛’을 차려 6개월 만에 투자금을 회수했다. 다음으로 경기 파주에 올인원 카페테리아 ‘더티 트렁크’를 열었다. 넓은 공간에 여러 포토 스팟이 있는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로 문을 열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낡은 공장과 비슷한 느낌의 투박하지만 빈티지 스타일의 내부 디자인이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소문이 나자 주요 대기업을 포함한 30여 곳에서 김 대표를 찾아왔다. 전국에 더티 트렁크 매장을 함께 열자며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같은 브랜드의 매장을 많이 열기보다 새로운 브랜드를 계속 내놓는 전략으로 세계적 레스토랑 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객에 특별한, 이례적 경험 제공김 대표는 △힙한 조명이 가미된 열대 분위기에 콜로니얼 인테리어가 특징인 쇼 베이커리 ‘버터 킹콩’ △미국 차이나타운과 1970년대 홍콩 분위기의 차이니즈 아메리칸 컴포트 푸드 ‘통통’ △왕실에서 악귀를 쫓고 행운을 부르는 데 썼던 오색의 천장 디자인을 통해 왕실 음식처럼 즐길 수 있는 ‘물래?’ △캐주얼한 분위기의 다이닝을 제공하는 ‘헤이 러스틱’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 애프터눈 티하우스이자 라이프스타일 콘셉트 매장 ‘보이드 맨션’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모두 뻔하지 않은, 색다른 레스토랑 아이디어를 구현했다는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김 대표는 성공 비결로 ‘희소성’을 꼽았다. 고객에게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레스토랑 브랜드를 선보인 점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이는 마케팅에서의 차별화 전략과 일치한다. 천성용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마케터는 더 좋은 제품보다 색다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마케팅에서 최고의 가치는 항상 차별화”라고 말했다.
CIC FNB의 레스토랑 브랜드 차별화가 ‘경험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더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주변의 많은 레스토랑에서 ‘평범하고 일상적인 경험’을 하던 사람들이 CIC FNB의 레스토랑에선 ‘특별하면서 이례적인 경험’을 한다는 점이 인기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 CIC FNB 케이스스터디 기사 보기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04238808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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