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 前회장 일가 등기이사 사임에도…쇄신안은 언제?

입력 2021-05-17 15:57
수정 2021-05-17 15:59

'불가리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마케팅'으로 위기를 맞은 남양유업이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한다. 앞서 지난 4일 회장직에서 사퇴한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사진)의 모친 지송죽 씨, 장남 홍진석 이사가 이사회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53.08%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한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홍 전 회장의 사퇴가 이뤄진지 약 2주가 흘렀지만 정작 경영쇄신을 위한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선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양유업, 홍원식 전 회장 어머니·장남 등기이사서 물러나 17일 남양유업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은 남양유업 비상대책위원회의 지배구조 개선 요청에 대해 "현 이사회 내 대주주 일가인 지송죽, 홍진석 이사 2명은 등기이사에서 사임하고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확대를 이사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홍 전 회장의 답변은 자신이 회장직에서 물러난 지 13일 만, 비대위 출범을 위한 이사회 소집 열흘 만에 나온 것이다.

남양유업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톱다운' 방식의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가 꾸준히 지적받아았다. 그동안 이사회 구성원 6명(사내이사 4명·사외이사 2명) 중 3분의 2가 오너 일가 측이었다.

다만 홍 전 회장은 본인의 이사직 거취에 대해서는 별도 거론하지 않았다. 그는 "대주주 지분구조까지 새로운 남양으로 출범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고 비대위에 전했다. 남양유업의 홍 전 회장(지난해 말 기준 51.68%)과 부인, 동생, 손자 등 일가 주식을 합하면 지분이 53.08%에 달한다.

비대위는 "소비자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강도 높은 혁신을 위한 세부 조직 인선과 외부 자문단 구성 등 진정성 있는 후속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남양유업, 경영쇄신 지연…"방향성 제시 못해"
남양유업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경영 쇄신에 나서기로 했지만 출범 열흘째가 되도록 비대위 구성을 마치지 못했다. 업계 안팎에선 남양유업이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경영쇄신 방안을 좀처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사태를 중대한 사안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이나 빠른 (경영상)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불가리스 사태에 대한 소비자와 투자자들의 반응을 관찰하면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오너 일가의 사내이사 사퇴는 지금까지 불거진 경영상 문제에 대한 직접적 개선안이 되지 못한다며 "(남양유업의)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해선 "홍 전 회장을 비롯한 일가의 지분 축소는 오너 일가의 입김을 줄인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경영과의 별도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달 3일 사임 의사를 밝힌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의 공석을 메우는 후속 과정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홍 회장은 언급이 없었다. 전문경영인 영입이나 내부 승진 여부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늑장 대응이란 비판과 함께 사실상 현상 유지일 수 있다는 회의적 시각까지 나오는 이유다.

이달 7일 세종공장의 정재연 공장장(부장)을 중심으로 비대위를 꾸렸으나 열흘이 되도록 비대위원도 모두 구성하지 못할 정도로 수습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신임 대표 선임 관련해 내·외부 인사 등 방향이 정해진 바 없고, 아직 비대위 구성은 완전히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