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모(22)씨 사건과 관련 사건 당일 손씨와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 측이 공식 입장을 내고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손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지 17일 만이다.
이에 손씨 부친은 1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가증스럽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친구 A씨 측의 법률대리인 정병원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A씨의 부모님은 아무리 만취했더라도 같이 술 마신 친구를 끝까지 챙기지 못한 아들에 대한 변명조차 하기 힘들었다"면서 "또 고인이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기되는 의혹이 억울하다고 해명하는 것은 유족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신발을 버린 경위에 대해서는 "A씨가 신었던 신발은 낡았고 밑창이 닳아 떨어져 있었으며, 토사물까지 묻어 있어 A씨의 어머니가 실종 다음 날 집 정리 후 다른 가족과 함께 모아두었던 쓰레기들과 같이 버리게 됐다"면서 "당시 A씨의 어머니는 사안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상황이었고, 신발 등을 보관하라는 말도 듣지 못했기에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고 했다.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숨긴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A씨가 만취로 인한 블랙아웃으로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별로 없었기에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기 어려웠다"면서 "A씨와 가족, 담당 변호사들도 목격자와 CCTV 내역 등 객관적 증거가 최대한 확보되기를 기다리는 입장이었다"고 했다.
가족 중 유력 인사가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A씨의 가족 또는 친척 중 수사기관, 법조계, 언론계, 정재계 등에 속한 소위 유력 인사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A씨의 아버지 직업도 유력 인사와 거리가 멀고, 어머니 또한 결혼 후 지금까지 전업주부"라고 밝혔다.
특히 참고인에 불과한 A씨가 변호사를 선임한 이유에 대해서는 "A씨는 절친한 친구가 실종된 충격과 걱정, 자신이 끝까지 챙기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큰 상태였다"며 "어떤 감정적인 동요가 생길지, 극단적이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지 부모로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28일 (A씨의 부모는) 작은아버지와 상의해 그의 친구인 저를 만나 A씨를 심리적으로 안정시키고 자책감으로 인한 충동적인 행동을 막으며 안전하게 보호해줄 방안을 상의했다"며 "제 조언에 따라 29일 2차 최면조사부터 변호사를 동행하게 해 A씨를 보호하고 자책하지 않게 조언하고, 최대한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게 했다"고 덧붙였다.
또 A씨 측은 A씨와 손씨가 대학입학 이후 곧 친하게 된 사이로, 다른 친구들과 함께 수차례 여행을 다닐 정도로 친분이 있는 사이라고 주장했다. 해외여행도 2차례 갔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A씨 측은 입장문을 통해 손씨의 휴대폰을 소지하게 된 경위와 A씨의 가족이 한강공원으로 간 이유 등을 자세히 밝혔다.
하지만 손씨 부친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A씨 측의 입장은) 결국 중요한 건 술 먹고 기억이 안 난다는 것밖에 없었다"면서 "정말 유력인사가 없다면 안심이다. 다만 경찰의 수사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부러울 뿐이다. 수사 결과를 아주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손씨 부친은 "친한 친구가 실종됐을 때 찾으려고 노력한 것도 없고 주검으로 발견된 뒤 아무것도 안 한 사람들이 친구 운운하는 게 가증스럽다. 이렇게 하는 게 친구인 건가"라며 "경찰 조사 때 심리적 안정을 주는 건 변호사가 아니라 의사나 심리상담가가 해야 할 일"이라며 "변호사가 왔을 때 심리적 안정을 찾는 것은 범죄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입장문에 적힌 내용 중 몇 가지 사실 관계가 틀린 내용이 있다"며 "나들목 CCTV를 보면 A씨 가족들이 왼쪽으로 사라지는 게 5시 53분인데, 아내가 들어가라고 문자를 보낸 게 6시 3분이다. 그전에 가놓고 문자를 보내서 간 것처럼 하는 것도 가증스럽다. 우리가 찾고 있는 거 뻔히 알면서 노력도 안 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술 먹을 장소에 대한 내용도 대화를 나눈 기록이 없다. 당시 통화한 기록이 없고 카톡뿐인데, 여기에는 장소를 제안하거나 이런 내용이 없다"면서 "동영상에 분명히 '골든 건은 니가 잘못했어'라는 말을 우리 아들이 했는데, 굳이 그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발표한 것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손씨 부친은 이날 YT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기존에 했던 거랑은 특별히 다른 거 없다. 경찰 조사하고 비슷한 내용의 말을 맞춘 것 같고 근본적인 궁금증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A씨 측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그간 유족들에게는 사과한 적이 한 번도 없으면서 왜 지금에서야 입장문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A씨 측이 경찰 조사 결과를 낙관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손씨 부친은 "실종 당일인 지난달 25일 새벽 3시 반쯤 A씨가 자신의 부모에게 '손씨를 깨웠는데 일어나지 않는다'고 전화한 것을 정작 우리 가족들에게 숨긴 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는 본인들에게 불리한 정황은 해명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