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세에도 웃지 못한다…美 기업들 울상인 이유

입력 2021-05-16 15:00
수정 2021-05-29 00:03

"미국 경제가 돌아왔지만, 사업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코로나19로 잃어버린 1년여의 시간이 지나고 봉쇄조치가 해제됐지만, 기업들은 잃어버렸던 기회를 되찾을 여유조차 없다"며 미국 산업계가 겪고 있는 혼란에 이 같이 보도했다. 비행기표부터 저녁식사 예약까지 모든 제품·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기업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매판매는 급등한 3월 소매판매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며 경기회복세를 이어갔다. 전월 소매판매는 당초 9.8%로 발표됐다가 10.7%(2월 대비)로 상향조정됐다. 이 상향조정된 수치의 흐름을 4월에도 지속한 것이다. WSJ는 "월가 예상치(0.8% 증가)엔 미치지 못했으나, 미국 소매상들이 3월에 번 만큼 4월에도 돈을 벌면서 경제 재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입 물가는 전달 대비 0.7% 상승해 시장 예상치(0.5%)를 상회했고, 산업생산은 0.7% 증가해 예상치(0.8%)를 다소 밑돌았다.

이처럼 경기회복세가 뚜렷하지만, 기업들은 별다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노동력 부족과 공급망 붕괴, 전세계적으로 고르지 못한 회복속도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이 급증하는 수요를 토대로 이윤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당 주인들은 "구인난으로 인해 원하는 만큼 늦게까지 식당을 운영할 수 없어 오히려 매출이 줄고 있다"고 토로했다. 애플비, KFC 등은 대규모 인력채용에 나선 상태고, 맥도날드 등 일부 체인점들은 구인난에 결국 임금을 올렸다.

원자재값과 운송·화물비,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식료품 및 기타소비재 제조업자들이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점도 골칫거리다. 소매업자들이 비용 인상분의 일정부분을 고객들에 전가하게 되면서 물가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4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작년 동기 대비 4.2% 급등해 1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은 향후 더 높은 물가상승을 예견해 조금 더 저렴한 PB브랜드나 냉동식품 구매량을 늘리고 있다.



자동차 수요도 급증하고 있지만, 가중되는 반도체칩 공급부족 사태로 인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생산량 줄이기에 나섰다. 시장조사업체 오토포어캐스트솔루션에 따르면 올해 포드 47만5891대, 제네럴모터스 31만9508대 등의 생산감축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WSJ는 "칩 부족으로 인해 자동차 제조사들의 피해가 두드러지고 있지만,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해 또 다시 경고했다. 텍사스 오스틴대학교 강연에서 "물가가 계속 높아지면서 중앙은행의 목표와 양립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4~5월의 물가 급등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제롬 파월 의장 등 중앙은행의 기본 입장과 배치되는 의견이다. 카플란 총재는 "반도체칩 공급 부족 현상 등이 지금 예상보다 훨씬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