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모 장씨 오열에…"정인이 아파도 눈물조차 못 흘렸는데"

입력 2021-05-15 11:05
수정 2021-05-15 11:07


"양모는 울기라도 하죠. 정인이는 장이 끊어지는 고통 속에서 눈물조차 흘리지 못했는데."

정인이 양모 장 모 씨가 무기징역 선고를 받고 법정에서 오열했다는 보도에 터진 국민들의 반응이다. 사망 전날 어린이집 등교 당시 CCTV에 찍힌 정인이의 모습은 고통으로 인해 밥도 먹지 못하고 종일 우두커니 앉아만 있는 모습이었다.

재판부가 "피해자가 입양된 후 피고인의 냉대와 무관심 속에서 가늠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을 겪었음을 알 수 있다"며 장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그는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5년형을 선고받은 양부 안 모(38) 씨 또한 한숨만 내쉬었다.

생후 16개월 입양아를 학대 끝에 숨지게 한 이른바 '정인이 사건' 가해자인 양부모의 1심 재판 결과가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14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장 씨에게 무기징역을,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씨에게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안 씨는 이날 법정구속됐다. 안 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혼자 남을 딸(정인양 언니)을 생각해 2심까지는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장 씨는 이날 긴 머리를 질끈 묶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법정에 들어섰다.

재판부는 곧 판결문을 읽어내려갔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태가 (아동학대 사례 중)유례가 없을 정도로 신체 손상이 심했다"며 "(양모 측은 정인이를 떨어뜨려 췌장 절단이 발생했다고 주장하지만) 등쪽에 충격이 가해져 췌장이 절단되려면 척추뼈가 골절되어야 한다. 피해자와 유사한 인형을 성인 여성 겨드랑이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실험을 해본 결과 5번 모두 다리가 먼저 떨어졌다. 등 부위가 먼저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양모가) 가슴 수술을 받아 손으로 복부에 둔력 가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라 당시 피해자 복부를 발로 밟은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살해할 확정적 고의는 없었더라도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살인죄를 인정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은 입양 후 한 달여가 지난 후부터 피해자를 상습 학대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만행으로 사망하게 했다"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비인간적 범행인 만큼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해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남편에게 사랑을 가득 담은 편지를 보내며 친딸에게 영어 교육을 시키라고 주문하는 등 훗날 이민까지 꿈꿨던 장 씨의 계획은 당분간 요원한 희망사항이 됐다. 양부모 측이 항소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