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들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모두 1분기에 ‘깜짝 실적’을 내면서 재무 안정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반사이익과 증시 활황으로 늘어난 투자·운용 수익 등이 반영된 결과일 뿐 본연의 보험 사업에서는 여전히 마이너스 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깜짝 실적’ 낸 보험사들
삼성생명은 14일 삼성전자 특별배당(8000억원)과 주가 상승 등에 따른 변액보증준비금 환입에 힘입어 지난 1분기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다고 공시했다.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881억원으로 전년 동기(2299억원)에 비해 373.2% 급증했다. 삼성전자 특별배당 규모는 8020억원으로, 법인세 1550억원을 제외한 6470억원이 순이익에 포함됐다. 금리 및 주가 상승 등으로 변액보증준비금 환입 이익은 360억원이 반영됐다.
한화생명도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95.0% 증가한 311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488억원 적자에서 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교보생명도 1분기 순이익이 49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9.0% 늘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작년 1분기 대비 주가가 크게 반등하고, 장기 채권 금리가 상승하는 등 우호적인 거시 경제 환경에 힘입어 주요 생보사들이 일제히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며 “올해 생보사들이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손해보험사들도 1분기 시장 기대를 웃도는 좋은 실적을 냈다. 삼성화재는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63.0% 증가한 431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분기 실적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삼성전자 특별배당(1400억원)을 제외하고도 전년 동기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현대해상도 연결 기준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2.6% 증가한 1276억원이었다. DB손해보험도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8.2% 늘어난 1902억원으로 집계됐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외출과 교통사고가 줄면서 주요 사업인 자동차보험에서 손해율이 크게 낮아진 영향이 컸다”며 “비대면 디지털 영업 확산에 따른 판매비 절감도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2~3분기엔 실적 둔화 가능성”그럼에도 보험사들의 실적 개선을 장기적인 추세 전환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생보사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장 금리가 본격적인 상승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여전히 과거 연 6~7%대 고금리 시대에 팔았던 확정금리형 상품들이 고스란히 부채로 남아 있는 데다 올 들어 금리가 소폭 오르긴 했지만 본격적인 상승 기조로 해석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보험사에 유리하게 작용한 코로나19 효과도 이미 소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손보사 사장은 “교통사고율 등 측면에서 이미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간 상황”이라며 “2~3분기로 가면서 실적 개선 효과가 1분기보다 상당히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