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부, 법정구속 선고되자 "혼자 남을 딸 생각해달라"

입력 2021-05-14 15:14
수정 2021-05-14 15:16

생후 16개월 입양아를 학대 끝에 숨지게 한 이른바 '정인이 사건' 가해자인 양부모의 1심 재판 결과가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14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씨에게 무기징역을,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양부 안씨에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다.

양부 안씨는 이날 법정구속됐다. 부부가 동시에 구속되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안씨는 재판부가 법정구속 사실을 공지하자 울먹이는 목소리로 "혼자 남을 딸(정인양 언니)을 생각해 2심까지는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일부 재판 방청객들은 현장에서 안씨 발언에 분노를 표했다.

정인이 양부모들은 정인이를 학대하면서도 친딸은 제대로 양육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코로나19가 걱정돼 정인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고 주장한 양부모들은 친딸은 어린이집에 보내온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태가 (아동학대 사례 중)유례가 없을 정도로 신체 손상이 심했다"며 "피해자가 입양된 후 피고인의 냉대와 무관심 속에서 가늠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을 겪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양모 측은 정인이를 떨어뜨려 췌장 절단이 발생했다고 주장하지만) 등쪽에 충격이 가해져 췌장이 절단되려면 척추뼈가 골절되어야 한다. 피해자와 유사한 인형을 성인 여성 겨드랑이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실험을 해본 결과 5번 모두 다리가 먼저 떨어졌다. 등 부위가 먼저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췌장 절단 및 장간막 손상이 발생했다는 양모 측 주장에 대해서는 "성인들의 경우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갈비뼈 골절이 생기는 경우가 있으나 소아들은 뼈 탄력성이 좋아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는 자문을 받았다"며 "췌장은 간과 폐보다 더 밑에 있는 장기"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모가)가슴 수술을 받아 손으로 복부에 둔력 가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라 당시 피해자 복부를 발로 밟은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살해할 확정적 고의는 없었더라도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살인죄를 인정했다.

이를 듣고 있던 양모는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양부는 선고 내내 땅만 바라보며 체념한듯한 표정이었다.

한편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입양한 딸 정인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10월 13일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를 받고 있다.

장씨 측은 정인양을 상습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망에 이를만한 강한 충격을 가한 사실은 없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해왔다.

검찰은 양모 장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가 살인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주된 범죄사실)로 정했다. 사망에 이른 외력의 형태와 정도뿐 아니라 장씨의 통합심리분석 결과, 학대의 전체적 경위,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안씨 측도 일부 학대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정서적 학대를 함에 있어서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고 피해자와 친밀하게 지내려다 다소 과한 점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학대였다. 미필적 고의에 가까웠다"며 "피고인 장씨(부인)가 자신의 방식대로 양육할 것이라고 너무 믿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양모 장씨에게는 사형을, 정인양을 학대하고 아내의 폭행을 방조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남편 안씨에게는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했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