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까지 계획했는데…" 정인이 양모 '살인 유죄' 예상 못했나

입력 2021-05-14 15:15
수정 2021-05-15 00:43


법원이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 장 모(35)씨에게 무기징역의 중형을 선고했다.

1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이상주)는 정인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모 장 씨와 양부 안모(38)씨 1심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원은 장 씨에게 무기징역, 안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였던 안 씨는 이날 법정구속됐다. 또한 두 사람에 대해 아동학대 치유 프로그램 200시간 이수, 아동관련 기관에 대한 10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장기가 파열되지 않고 췌장만 손상된 것으로 보면 피해자 복부를 발로 밟은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다른 가능성이 배제된 이상 피해자 복부에 강한 근력이 강해지면서 췌장 절단과 소장과 대장, 장간막 파열이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장 씨 주장대로) 정인이를 떨어뜨려 충격으로 췌장이 절단되려면 척추가 함께 골절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또 유아의 경우 가장 크게 손상을 입을 수 있는 곳은 간인데 정인이에게서는 간 손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앞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장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장씨 측은 정인이를 상습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망에 이를만한 강한 충격을 가한 사실은 없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해 왔다.

장 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입양한 딸 정인이를 상습 폭행·학대하고 10월 13일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를 받는다.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징역인지 아닌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장 씨는 예상치 못한 중형에 충격을 받은 듯 일그러진 표정이었다고 전해진다.

장 씨가 중형을 면할 것으로 기대했다는 것은 앞서 한 유튜버에 의해 공개된 옥중편지에도 드러난다.

장 씨는 교도소 수감 중 남편에 보낸 편지를 통해 구치소 내 전도, 운동 등을 평온한 일상을 적어 보냈다.

"내 사랑"이라며 눈웃음 표시 ^^를 했고 시부모를 향해 "최고의 시부모님들이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장 씨는 "코로나로 전도 대상자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요즘 하나님께서 이렇게 많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이민을 가게 될 수 있으니 친딸 영어 교육 신경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유튜버는 "장 씨가 마치 금방 구치소를 나올 수 있을 것처럼 편지를 썼다"며 "남편 안씨와 변호사에게 속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두 사람은 정인이 학대 사실을 부인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입양한지 한달 반 가량 지난 지난해 3월부터 '귀찮은 X' 등으로 표현한 사실이 드러났다.

장 씨가 '지금도 (음식을) 안 처먹네'라고 하자 안 씨는 '온종일 굶겨보라'고 답장을 보냈다.

정인이는 지난해 2월 장 씨 부부에게 입양된 후 10월까지 상습 폭행을 당하다 끝내 사망했다.

'알 수 없는 방법'으로 등 부위에 강한 충격을 받았고 췌장이 절단되고 복강 내 출혈을 발생한 상태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