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생글이 통신] 자소서 작성때 '대단해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금물

입력 2021-05-17 09:00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중앙대 경제학부 다빈치형 인재전형에 전형수석으로 합격한 이승훈이라고 합니다. 제 성적과 학생부를 봤을 때는 도저히 1등이 될 수 없었겠지만, 수석으로 합격한 데에는 자기소개서가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독자 여러분에게 앞으로 자기소개서를 쓰게 될,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두 가지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다.

조언에 앞서 전제를 하나 제시하고 싶습니다. 자기소개서는 ‘자기를 소개하는 글’입니다. 번지르르한 글솜씨로 자신을 포장하기보다 입학사정관들이 짧은 시간 여러분의 글을 읽은 이후 여러분이 누군지 알고, 여러분이 이 대학에 적합한 학생이라는 확신을 주는 게 중요합니다. 강박관념에 새 콘텐츠 찾으려 시간 낭비 않기이제 첫 번째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제 첫 번째 조언은 ‘대단해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버리기’입니다. 내신성적을 챙기고, 수행평가를 하다 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1학기가 지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미 내신성적을 챙기고 수행평가도 우수하게 챙기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학생이고, 대학에 입학 자격이 있는지 평가할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대단해 보여야 한다는 착각 때문에 공부만큼이나 콘텐츠 찾기에 시간을 쏟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입학사정관들도 여러분이 고등학생이라는 것을 압니다. 학과 지식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리해서 진학 희망 학과에 대한 이론을 쓰다가 틀리기보다 자신이 평소 고교 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살짝 발을 담갔다’는 느낌으로 써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더하기를 고등학교 과정, 곱하기를 대학 과정이라고 놓는다면 ‘더하기를 학교 수업시간에 배우다가, 더하기를 여러 번 하는 것을 더욱 쉽게 표현하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던 중 곱하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느낌으로 말입니다, 1, 2학년 활동의 장점을 살려 성장한 모습 보여주기두 번째 조언은 스스로를 아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잘 모르고 있습니다. 희망 학과에 더 적합할 것 같다는 이유로 자신의 장점이 아닌 것을 장점인 것처럼 포장해서 쓰려고 하기보다 자신의 장점을 진학 희망 학과와 연관지어서 쓰는 것이 더 좋습니다. 자기소개서의 취지는 자기를 소개하는 글입니다. 과에 맞는 인재처럼 보이기 위해 스스로를 포장하는 글은, 자기가 아니라 하나의 페르소나를 소개하는 것입니다. 조금의 포장이 플러스로 보일 수는 있겠지만, 페르소나를 소개하는 것은 마이너스로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자신을 아는 것은 입학사정관이 보기에 내 단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고, 자소서에 무엇을 써야 할지를 깨닫는 것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매 학기가 끝나고 생활기록부를 봤을 때, 내가 가고 싶은 학과와 관련해 특정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역량을 다음 학기 때 어떻게 보여줄지를 고민하고, 그것을 채워서 다음 학기 생활기록부에 적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 수시 지원을 할 때면 그 역량이 자소서에 실릴 수 있도록 말입니다.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조언은 ‘나중에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생활기록부를 다 쓴 후에서야 자소서를 쓸 거리를 찾지 말라’는 것입니다. 고교 1학년과 2학년 때 많은 활동을 하고 자기의 장점을 살려서 3학년 1학기까지 활동을 발전시킨 뒤 자소서에 실으라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자기소개서에 쓸 만한 활동을 하기가 더 힘들어진 것도 있고, 해마다 바뀌는 입시정책에 따라서 활동을 추진하는 것 자체도 어려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앞서 말했듯 이런 상황이 지속될수록 남들이 하지 못할 것을 찾기 위해 헤매지 말고, 익숙한 교과 내용에서 자신의 탐구역량을 더 보여주려고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노력한 만큼 보답받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이승훈 생글기자 14기, 중앙대 경제학부 21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