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고래' 소프트뱅크, 6조 손실 입고 후퇴

입력 2021-05-14 10:03
수정 2021-05-14 10:05


소프트뱅크가 '나스닥 고래'라는 별명을 얻은 투기적 투자에서 56억 달러(6조3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만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정의 회장은 관련 투자를 대폭 축소할 방침을 밝혔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손 회장은 지난 12일 열린 소프트뱅크의 실적 발표 때 투자자들에게 관계사 SB노스스타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고 새롭게 출범한 스타트업 펀드인 비전펀드2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SB노스스타는 작년 8월부터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주식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베팅 규모를 늘리기 위해 콜옵션(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손 회장은 이 관계사에 200억 달러를 지원했다. 하지만 결국 막대한 돈을 잃었으며, 대규모 베팅이 미국 증시를 뒤흔드는 바람에 투자자들로부터 큰 비난을 샀다.

소프트뱅크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로 끝난 2020년 회계년도에 파생상품 손실에 56억 달러에 달했다. 3월말 현재 SB노스스타 펀드는 거의 200억 달러에 달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 아마존 주식 등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약 130억 달러 규모의 주식과 연계된 파생 상품에 16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 회장은 이에 대해 "제 마음과 영혼의 대부분은 비전 펀드에 있다"고 말했지만 SB노스스타에 대한 투자 규모를 얼마나 줄일 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손 회장은 작년 8월 SB노스스타를 공개하고 초기 자본금 5억5500만 달러의 3분의 1을 개인적으로 투자했다.

이 회사는 당초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 등 지분 투자로 거둬들이 수십억 달러 규모 자산의 일부를 관리하는 조직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곧 초대형 기술주에 대량 베팅을 하는 도구로 쓰이기 시작했다. 당시는 소프트뱅크의 첫 번째 스타트업 펀드인 비전펀드가 전년도에 입은 막대한 손실과 실수에서 회복하던 때였다.

SB노스스타는 막대한 기술주 옵션에 대규모 베팅을 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작년 8월 애플 등 기술주들은 소프트뱅크의 매수세에 급등했으나 9월 초부터 폭락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8월 말~9월 초 2주 동안 나스닥의 옵션 거래 규모는 2017~2019년 평균치의 세 배에 달했다. 시장에선 당시 알려지지 않은 이 베팅을 한 투자자를 '나스닥 고래'라고 불렀다.

옵션 거래는 결국 막대한 손실로 끝났다. 작년말 소프트뱅크의 투자자들은 그동안 전도 유망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수년간 투자하는 방식을 유지해온 소프트뱅크가 왜 상장 주식에 대해 막대한 투기적 베팅을 하는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9월 '나스닥 고래'가 소프트뱅크라는 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일주일 만에 14% 급락하기도 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