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써야 하나요?"…전동킥보드 단속 첫날 벌어진 풍경

입력 2021-05-13 15:43
수정 2021-05-13 16:58

13일 오후 서울 동교동 홍대입구역 인근.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곳에서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불법행위 계도활동에 나섰다. 인근에 제복을 입은 경찰관 여럿이 경광봉을 들고 있었지만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인도로 주행하는 전동킥보드 이용자를 흔히 볼 수 있었다. 안전모 미착용으로 주의를 받은 김모씨(28)는 "평소에 전동킥보드 주행이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헬멧을 쓸 생각은 못했다"며 "앞으로는 전동킥보드 대신 공유자전거 '따릉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전동킥보드 사용자는 원동기장치 자전거 이상의 면허를 보유해야 한다.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거나, 2인 이상 탄 경우에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무면허 운전 시 10만원, 안전모 미착용 시 2만원, 2인 이상 탑승 시 4만원, 음주운전 시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경찰에 적발된 전동킥보드 사용자 대부분은 "법이 바뀐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안전모를 쓰지 않아 경찰에 제지당한 송모씨(27)는 "안전모를 쓰고 타야 한다는 점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헬멧을 착용했지만 경찰에 주의를 들은 사용자도 있었다. 베트남 출신의 아르바이트생 A씨(22)는 자동차를 피하기 위해 인도에 잠시 올라탔다가 계도 대상이 됐다. 한 사용자는 면허 없이 개인 소유의 전동킥보드를 타다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은 한 달 간 홍보·계도 활동을 벌인 뒤 내달 중순부터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한태동 마포경찰서 교통과장은 "홍대입구역 인근은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가 자주 발생하던 지역"이라며 "한 달 뒤부터는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개정법 시행으로 전동킥보드 사용량은 눈에 띄게 줄어들 전망이다. 안전모를 직접 구매하는 사용자가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전동킥보드는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 즉흥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안전모를 항상 들고다니는 사용자가 아니라면 이용이 어려운 셈이다.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는 고민에 빠졌다. 업체별로 조금씩 다른 입장을 보였다. 제도 도입에 앞서 공용 헬멧을 도입한 뉴런모빌리티 관계자는 "이용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선 헬멧 등 전동킥보드 안전 규제가 필요하다"며 "지난 두 달 동안 헬멧 분실 및 파손율은 0.16% 정도로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대다수 업체들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공유킥보드 업체 빔모빌리티 관계자는 "지난해 대구에서 시범적으로 300개가량의 안전모를 비치했지만 200개는 분실되고 50개는 사용이 어려울 정도로 파손됐다"며 "다양한 방법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임코리아 관계자도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남이 쓰던 안전모를 착용하려는 사용자는 적을 것으로 본다"며 "사용량이 많은 가입자에게 헬멧을 증정하거나, 높은 품질의 헬멧을 싼 가격에 판매하는 방안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