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길어지는 침묵의 속내…또 도발할까 대화 응할까

입력 2021-05-13 10:54
수정 2021-05-13 10:56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를 마치고 대북 대화를 모색하기 위한 외교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G7 외교장관들도 북한을 향해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 협상에 참여하라고 촉구하면서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힘을 실었다. 미국은 새 대북정책 결과를 한국과 일본과 공유하고 북한에도 이를 전달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북한은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랑TV의 시사토론 프로그램 <평화와 번영 (Peace & Prosperity)>에서는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와 함께 1년 넘게 외교채널을 침묵하고 있는 북한의 속내는 무엇인지 분석해 봤다. 또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와 션 킹 파크 스트레티지스 부소장과의 화상연결을 통해 미국 측 분석을 들어봤다.

스튜디오에 출연한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G7 외교장관 공동성명에 대해 “G7 국가들은 북한 이슈를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라며 “G7의 장관들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큰 우려를 나타냈고, 북한에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라고도 촉구했다”라고 말했다. 또 이번 G7외교장관 공동성명에 북핵 'CVID' 아닌 'CVIA' 표현이 등장한 것에 대해 “‘CVIA’는 ‘CVID’에 큰 거부감을 나타내는 북한의 저항력을 줄이기 위한 G7의 새로운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민정훈 교수는 “G7은 북한의 핵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나타내는 ‘CVID’를 ‘CVIA’라고 바꾸면서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 내려고 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G7 국가들은 여전히 북한의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바라고 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연설 내용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은 한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과 미국이 이번 대북 정책을 발표하기까지 한국 정부와 긴밀한 공조와 협의가 있었다는 점을 부각했다”라며 “향후 개최될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정상은 북한 이슈에 대해 유연성을 가지고 합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는 일본이 계속 ‘CVID’를 강조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바이든 정부는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하고 있기 때문에 ‘CVIA’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일본은 내부적으로 스가 정권의 지지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외교적으로 예민한 북한 이슈의 입장을 바꾸는 게 정부에게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라며 “일본의 보수적인 정권은 아직 북한 문제를 유연하게 풀어갈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바이든 정부는 대북 정책에서 변화를 나타내고 싶어 한다”라며 “예를 들어 평양에 미국 연락 사무소를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직접 설명하겠다며 북한에 만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대해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에게 미국이 더 중요한 양보를 할 수 있느냐에 따라 북한의 반응이 달라질 것”이라며 “북한은 바이든 대북정책의 세부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면 협상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어렵기 때문에 세부 내용을 알고 싶어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션 킹 파크 스트레티지스 부소장은 북한의 침묵이 길어지는 이유에 대해 “북한은 현재 바이든 정부를 파악하는 상태”라며 “바이든 대북정책의 세부 내용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고, 북한은 트럼프 정부 때 톱다운 식 협상 방식을 시도하면서 많은 자산을 투입했지만 바이든 정부 때는 이와 다른 방식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미국은 최근 '북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사용했고, 2018년 싱가포르 북미 합의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겠다는 언급을 했다”라며 “만약 미국의 이런 배려에도 북한이 향후 도발을 감행한다면 현재 이행되고 있는 제재들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정훈 교수는 “북한은 미국의 강경한 정책들을 철회해야만 대화에 임하겠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며 “한미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 문제를 더 실용적이고 유연하게 풀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15일 오후 8시 30분 방송되는 아리랑TV <평화와 번영 (Peace & Prosperity)>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대화 촉구 목소리를 계속 내는 상황에서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12일 공개한 화보에 문 대통령을 삭제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외교 활동 장면을 모은 화보 ‘대외 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 화보집에는 김정은 위원장이이 2018년 3월부터 2019년 6월 사이 만난 외국 정상들의 사진이 모두 수록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세 차례나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가졌던 문 대통령의 사진은 모두 빠졌다. 2018년 4월, 5월, 9월 연이어 열린 남북 정상회담은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다. 특히 2019년 6월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 관한 사진은 10장이나 실었지만 문 대통령이 들어간 부분은 찾아볼 수 없어 당분간 남북 경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