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김치 '수출금지', 종가집·비비고가 뚫어줬다는데 [강진규의 농식품+]

입력 2021-05-13 08:28
수정 2021-05-13 08:56
유럽연합(EU) 식품인증 제도 개정으로 수출길이 막혔던 중소 김치제조업체들이 이르면 상반기 중 수출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CJ제일제당과 대상 등이 인증받은 젓갈을 이들에게 전격 공급하기로 해서다.

세계김치연구소는 13일 국내 주요 김치 수출 대기업인 CJ제일제당과 대상이 EU 수출인증 젓갈 공급 지원책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EU의 인증받지 못한 젓갈을 사용하던 중소기업에게 대기업이 개발한 젓갈류를 공급해 수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EU는 복합식품 수입규정을 개정하면서 동물성 원료를 극미량이라도 포함하는 복합식품의 경우, 통관 과정에서 원료 제조시설의 EU수출작업장등록 인증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김치는 동물성 원료인 젓갈을 사용하기 때문에 EU지역으로 김치를 수출하는 업체는 EU수출작업장등록 인증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같은 시설을 갖추고 인증까지 받은 것은 CJ제일제당과 대상 등 대기업뿐이었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지난달 15일 김치제조업체 및 젓갈업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EU 복합식품 수입규정 개정에 따른 김치 수출업체 대응’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2021년도 제1차 기술교류회를 통해 중소김치제조업체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EU 인증 젓갈 생산 라인을 갖춘 대상과 CJ제일제당에 EU 인증 젓갈을 공급해줄 것을 제안했다.

두 기업은 김치 수출을 위해 공들인 기술력과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차원에서 이를 수용했다. 현재 대상과 CJ제일제당은 EU로 김치를 수출하고자 하는 중소김치제조업체에 EU 인증 젓갈을 제공하기 위한 샘플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EU 수출을 희망하는 모든 업체에게 원하는 만큼 충분한 젓갈이 제공되도록 적극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U는 아직 주요 김치 수출국은 아니다. 지난해 EU 김치 수출액은 803만 달러로 전체 수출 시장의 5%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성장성은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류 및 코로나19 영향으로 김치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면서 수출 증가율이 54.3%에 달했기 때문이다.

최학종 세계김치연구소장 직무대행은 “대중소 상생협력 모델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급증하고 있는 EU시장 수출 수요를 견인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 김치의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애로사항이 있는 중소기업들은 김치연구소 중소기업지원실로 연락해달라“고 요청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