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시가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 서비스를 12일(현지시간) 개시한 가운데 임시 접종소마다 인파가 몰리면서 당일 접종이 조기 마감됐다.
뉴욕시는 이날 맨해튼 펜스테이션과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등 6개 전철역에 임시 접종소를 설치했다. 관광객과 단기 체류자 등이 제한없이 접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오는 16일까지 운영하며, 운영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 각 역마다 하루 300명 한도다.
이날 접종은 오후 3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는데, 펜스테이션 내 임시 접종소엔 2시께부터 이미 50여 명이 긴 줄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곳 전철역 내 접종 천막에선 6명이 동시에 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
코스타리카에서 가족과 함께 왔다는 리오넬 씨는 “우리 나라에선 백신이 부족해 접종하기가 어렵다”며 “미국에서 우리 가족에까지 접종 기회를 줘 무척 감사하다”고 말했다.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선 뉴욕에 거주하거나 근무한다는 기록을 제시할 필요가 없었다. 여권이나 신용카드 등 자신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서류를 하나만 보여주면 된다.
현장에서 대기자들을 안내하던 크리스 배스천 씨는 행인들에게 “백신을 맞으면 일주일짜리 전철 이용카드(메트로카드) 또는 철도 왕복 티켓 중 하나를 받을 수 있다”며 큰 소리로 접종하라고 홍보했다.
행인들은 직원들에게 “어떤 백신을 맞느냐”“돈을 내야 하느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임시 접종소에선 한 번만 접종해도 항체 형성이 가능한 존슨앤드존슨을 맞히고 있다. 모두 무상으로 제공한다.
현장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접종 대기자들을 향해 “백신을 맞는 당신들이 영웅”이라며 박수를 쳐주기도 했다. 접종률이 높아져야 모두가 안전해 진다는 논리다. 당초 이날 오후 8시까지 운영할 예정이던 임시 접종소는 접종 희망자가 몰리면서 조기에 문을 닫았다.
일부 관광객은 백신을 맞기 위해 일부러 해외에서 뉴욕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서 접종한 콜롬비아 출신의 조반니 토레스 씨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오늘 오전 5시에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백신을 맞으려고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고 전했다.
미국은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무료 왕복 교통편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백신 접종소를 오고 갈 때 우버와 리프트 등을 활용한 무료 교통편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시는 오는 7월부터 관광을 포함한 모든 경제 활동을 정상화한다는 목표 아래 접종률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뉴욕 접종률은 전체 인구 대비 51%로, 미 전체 평균(46%)보다 높다. 뉴욕 내 백신 소진율은 84%다. 백신 여유분도 많은 편이다.
한편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화이자 백신을 12∼15세 청소년에게 맞히라”고 권고했다. 접종 대상이 종전 16세 이상에서, 더 어린 청소년들로 확대된 것이다. 미국 내에서 이 연령층은 총 1700만여 명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