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시네마노믹스'…영화로 경제학을 보다

입력 2021-05-13 17:48
수정 2021-05-14 02:44
경제 콘텐츠의 ‘전성시대’다. 수많은 TV 프로그램과 유튜브 영상이 경제를 타깃으로 한다. 주식이나 비트코인 투자법부터 환율과 글로벌 경제의 거시적인 흐름까지 그 범위도 넓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정작 가장 친숙하게 느끼는 영화에 다양한 경제학적 함의가 숨어져 있다는 사실은 쉽게 느끼지 못한다.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친 영화들 속에는 어떤 경제적인 교훈이 숨겨져 있을까.

《이토록 쉬운 경제학》은 50편의 영화를 쉬운 경제학 이론으로 풀어낸다. ‘어벤져스’와 ‘엑스맨’ 같은 글로벌 공상과학(SF) 영화부터 독립영화까지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어려운 경제 이야기를 어떻게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9명의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고심 끝에 영화를 선정해 경제학으로 풀어냈다.

영화 ‘라라랜드’에서는 두 주인공의 엇갈린 사랑을 경제 논리로 들여다본다. 주인공 미아가 번번이 할리우드 오디션에 낙방하는 이유는 뭘까. 미모가 뛰어나지 않아서이거나 연기를 못해서일 수도 있지만 저자는 이를 ‘공급의 탄력성’으로 설명한다. 영화 배역의 공급은 일정한데 캐스팅되려는 수요는 늘어나니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져서다. 하지만 남들이 하지 않던 일인극에 도전한 미아는 결국 이를 발판 삼아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오디션이라는 ‘레드오션’을 넘어 미개척지인 ‘블루오션’의 장을 연 것이다.

‘극한직업’에서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라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 대사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도 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잠복근무를 하던 형사들이 흔한 ‘양념 반, 프라이드 반’을 팔았다면 이들은 거의 ‘완전 경쟁시장’에 속했을 것이다. 하지만 갈비와 통닭의 절충점을 마련한 그들은 ‘독점적 경쟁시장’을 만들어냈다.

이 책은 작년 2월부터 지난 1월까지 1년여간 매주 토요일자 한국경제신문을 장식한 ‘시네마노믹스’ 기획 시리즈를 재구성했다. 저자들은 “영화의 흐름과 경제학 개념이 맞아떨어지는 순간 글의 물꼬가 순식간에 트였을 정도로 영화는 경제학의 좋은 교재였다”고 말한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