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어라이벌(arrival)이 위탁 생산
지난 2015년 영국 런던에 설립된 어라이벌(Arrival)의 설립자는 '데니스 스베르들로프'라는 인물이다. 발명가이자 IT 전문가로서 여러 기업을 만들고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던 사람인데 전기 상용차 개발을 위해 세운 어라이벌은 러시아에서 성공을 거둔 모바일 서비스기업 요타(Yota)의 매각 자금으로 만들었다. 어라이벌 설립 당시 그는 세계 최초 자율주행 전기차 경주인 '로보레이스(Roborace)'를 만들며 미래에 대한 자신의 확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2020년 어라이벌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 북미 본사를 설립했고 2022년부터 전기 밴(VAN) 및 버스 등의 상용차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을 구축했다. 이에 앞서 2019년에는 GM의 전기차 글로벌 전략담당이었던 마이크 앱레손을 영입해 제품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는데 이를 눈여겨 본 곳은 현대기아차다. 그리고 현대차그룹은 2020년 어라이벌에 1,300억원을 투자해 전기 상용 플랫폼 선점에 나섰고 물류기업인 UPS 또한 어라이벌과 투자 및 파트너십을 맺고 자율 전기 상용차 도입에 기대를 나타냈다. 물류 비용에서 인건비를 절감해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그런데 외형적으로 상용 전기차에 매진하던 어라이벌이 이번에는 승용과 상용 개념을 섞은 복합 개념의 전기차 도전에 나섰다. 우버(UBER)와 손잡고 맞춤형 EV 개발에 합의한 것이다. 어라이벌이 우버 전용 전기차를 만들고 우버는 해당 차종을 우버 운전자에게 판매하되 제품 대금은 우버 운전자의 유상 운송 서비스를 통해 충당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어라이벌은 소형차플랫폼(Small Vehicle Platform)을 만들고 우버는 이 차를 필요에 따라 여객 또는 소화물용으로 활용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어라이벌이 추진한 생산 전략은 작은 공장, 맞춤 공급이다. 작은 공장에서 필요한 수량만을 생산해 현지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어라이벌은 전기차의 모듈화를 적극 추진하고 부품 수를 최대한 줄여 생산 비용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그래야 각 나라별로 천차만별인 승차공유 서비스에 대응 가능한 전용 차종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우버와 어라이벌의 파트너십은 사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앱 기반의 승차공유 서비스 기업 또한 궁극적으로는 직접 공급이 가능한 이동 수단이 필요해서다. 지금은 자동차회사로부터 완성차를 구입한 소유자와 이동이 필요한 사람을 연결하는 것에 그치지만 완성차회사 또한 승차공유 서비스에 진출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 당연한 수순이다. 게다가 이미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취한 자동차회사는 동일한 거리를 이동할 때 요금에서 가져가는 수수료를 앱 기반 승차공유 기업보다 적게 받을 수 있어 이동 서비스 공급자 확보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따라서 이용자와 공급자를 연결하고 수수료를 가져가는 우버로선 자동차회사의 승차공유 진출이 부담이고 이를 대비해 우버 전용 이동 수단을 만들어 서비스 공급자에게 대여 또는 판매하는 전략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
물론 우버가 어라이벌로부터 제품을 구매해 소비자에게 되파는 방법은 간단하다. 선수금도 없이 그냥 전액 할부로 제공하되 납입금은 이용자를 태워 벌어들이는 소득에서 차감하면 그만이다. 덕분에 우버는 안정적인 이동 서비스 공급자를 확보하고 우버 전용차종 구매자는 할부금 납입이 끝나면 해당 제품을 개인 소유로 바꾸면 그만이다. 결국 우버로선 서비스 공급자 확보, 수수료 취득, 금융이자 등을 취하는 방식이다.
이런 관점에서 오랜 시간 분리됐던 자동차 제조와 운행의 영역은 결국 섞이기 마련이다. 자동차회사가 유상운송 시장에 진출하고 IT 기업은 위탁제조, 판매, 유상운송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제품으로서 사고 파는 유통 대상이기도 하지만 운행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이동 수단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어서다. 그리고 전통적 관점에서 자동차제조와 IT 영역의 제조장벽 깨기는 이미 시작됐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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