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번영의 시간'…리스크 관리 필요성은 더 커져"

입력 2021-05-12 17:15
수정 2021-05-13 00:59
코로나19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렇지 않아도 자산 가격이 상승하던 가운데 ‘땔감’이 더 쏟아지면서 자산시장은 급격히 달아올랐다.

12일 ‘ASK 2021 글로벌 대체투자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이 같은 장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는 점에서는 시장을 낙관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그는 리스크 자산을 추가적으로 사들이는 방안에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올해 미국 경제가 백신 접종으로 인한 집단면역 형성, 가계 가처분 소득 증가 등으로 “(미국 경제가) 번영의 시기에 들어서고 있다”고 표현했다. ‘보복적 소비’가 일어나기에 좋은 여건이라는 것이다.

막스 회장은 “(번영의 시기에 들어가는 것은) 일반적으로 (채권 등) 증권의 가격이 높을 때 발생하는 상황은 아니다”며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증권 가격이 높을 때 경제가 회복한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라고 옹호했다. 그는 이를 “관점의 문제”로 규정했다. 바꿔 말하면 현 상황이 금세 반전할 것으로 봐야 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막스 회장이 리스크 관리를 주문한 가장 큰 이유는 인플레이션 가능성 때문이다. 막스 회장은 “미국 정부는 15조달러가량의 추가적인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며 “역사적으로는 이런 규모의 유동성은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킨다”고 했다.

막스 회장은 정부가 무한히 돈을 풀 수 있다는 식의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그는 “정부가 조(兆) 단위 부양책을 통과시키고 구체적으로 돈을 마련할 방법은 밝히지 않는 것은 현대화폐이론(MMT)에 기반한 태도”라며 “MMT가 ‘증명되지 않은 이론’에 불과하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시장에 지나치게 리스크 선호 현상이 만연한 점도 우려했다. 공모주 시장에 뭉칫돈이 몰리고, 적자 기업 기업공개(IPO)가 이어지는 점, 상장 당일 주가 급등 현상이 빈번한 점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게임스톱 사태, 옵션 매수세 증가 등은 투기적인 시장에서 나타나는 행위”라고 지목했다.

막스 회장은 과거와 같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만큼 전략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가능한 전략의 수는 단 다섯 가지뿐”이라고 제시했다.

첫째, 우선 늘 하던 대로 투자하되, 예전만큼 투자 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둘째, 시장에 대한 우려가 클 경우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률 하락을 감수하는 방법이다. 셋째, 급격한 조정기를 예상하고 자산을 현금화하는 전략이다. 넷째는 높은 수익을 위해 리스크 노출도를 더 높이는 것이다. 그는 네 번째 방식은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막스 회장은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낮은 일부 시장이나 분야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며 “그러나 이것은 유동성이 낮은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므로 역시 나름대로의 리스크가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