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비용 적고 정책 혜택까지"…일본 가는 바이오시밀러社들

입력 2021-05-12 17:36
수정 2021-05-13 02:22
LG화학 종근당 동아ST 등 국내 바이오시밀러 후발주자들이 일본 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일본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우대 정책’을 펴고 있는 데다 선진국 시장인 일본에서 인정받으면 추후 개발도상국에 진출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12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 ‘유셉트’는 지난 1분기 일본에서 에타너셉트 성분을 쓴 의약품 시장의 약 34%를 차지했다. 2018년 6월 일본에 상륙한 지 3년 만에 거둔 성과다. 유셉트의 점유율이 쑥쑥 오르면서 오리지널인 미국 화이자의 ‘엔브렐’ 점유율은 50%대로 곤두박질쳤다.

유셉트의 ‘폭풍 성장’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약가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서 류머티즘관절염은 산정특례로 인정돼 환자 부담액이 약값의 10%에 불과하지만, 일본에선 일반 질환으로 분류돼 환자가 30%를 낸다. 일본의 류머티즘관절염 환자가 엔브렐(한 달 환자 부담금 약 31만원)을 유셉트(21만원)로 바꾸면 매달 10만원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LG화학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고령화에 따른 건강보험 부실화를 막기 위해 오리지널 대신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하는 병원에 인센티브를 준다”며 “일본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여세를 몰아 미국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도 조만간 일본에 내놓기로 했다.

미국·유럽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은 점도 국내 기업의 일본행(行)을 부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임상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경쟁도 덜 치열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은 대규모 임상비용을 댈 수 있는 ‘큰손’들의 전쟁터인 탓에 후발주자들이 끼어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유럽과 인구가 많은 중남미·동남아시아에 진출하기 위한 ‘전초전’ 무대로 일본을 선택하는 업체도 있다. 동아ST가 그렇다. 이 회사의 수출사(史)는 빈혈치료제 ‘아라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 ‘DA-3880’을 일본에 내놓은 2019년 시작됐다. 일본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동아ST는 건선치료제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인 ‘DMB-3115’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종근당은 일본을 교두보 삼아 ‘판매 영토’를 개도국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2019년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네스벨’을 일본에 내놓은 뒤 이듬해부터 대만 베트남 태국 터키에도 진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선진시장인 일본에서 허가받은 의약품을 개도국에 내놓으면 일부 허가 요건이 면제되거나 기간이 단축되는 혜택이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