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태양광,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투자를 위해 산업은행으로부터 앞으로 5년간 최대 5조원의 금융지원을 받기로 했다. 한화는 산은의 금융지원을 발판 삼아 친환경 분야의 인수합병(M&A) 및 연구개발(R&D)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화약제조회사에서 출발해 유통, 석유화학, 금융까지 영역을 크게 넓히며 종합그룹으로 변신한 한화를 향후 10년간 글로벌 그린에너지기업으로 또다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룹의 새로운 10년 준비”
한화와 산은은 12일 충북 진천에 있는 한화솔루션 큐셀공장에서 ‘그린에너지 육성 산업·금융 협력 프로그램’ 협약을 맺었다. 협약식에는 이동걸 산은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및 계열사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다.
국책은행인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주도하는 산업·금융 협력 프로그램은 신사업 확대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산은은 2019년 12월 2차전지산업 육성을 위해 LG화학과 처음으로 이 협약을 맺었다. 올 1월엔 SK하이닉스와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수은도 지난달에 현대자동차와 미래 모빌리티 육성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이날 한화의 협약이 네 번째로, 그린에너지 등 친환경 분야에 관한 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약에 따라 산은은 앞으로 5년간 최대 5조원의 자금을 저리로 한화에 대출해주기로 했다. 이 자금은 한화그룹의 태양광,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 M&A, R&D, 시설 투자, 운영자금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한화와 산은은 녹색기술 관련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1000억원 규모 ESG(환경·사회·지배구조)펀드 조성에도 합의했다. 한화와 산은이 각각 300억원, 민간에서 400억원을 조달해 연내 조성한다. 이 펀드를 통해 중소·중견기업에 저리로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한화그룹은 그린에너지 사업 모델 고도화와 차세대 신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그린에너지 리더로서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유망 중소·중견기업과 동반성장하기 위한 ESG펀드를 조성해 국내 그린에너지 생태계를 더욱 단단하게 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양광·수소 분야 투자 확대한화는 산은 자금을 앞세워 태양광 및 수소 관련 글로벌 기업 M&A, R&D,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한화는 2018년 8월 태양광 분야에서 향후 5년간 최대 9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부족한 자금은 시장에서 녹색채권(그린본드) 발행을 통해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룹에 따르면 한화 계열사들의 올해 녹색채권 발행 규모는 7000억원이다. 모두 수요예측 금액을 초과하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그룹의 대표 친환경 분야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은 미국과 유럽에서 태양광발전소를 개발·건설·운영하는 태양광발전 프로젝트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차세대 고효율 태양광 모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수소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물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수전해 기술을 통한 그린수소 생산, 저장·유통, 충전 등 모든 단계에서 사업 역량을 구축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나간다는 전략이다.
한화종합화학은 수소혼소 가스터빈 개발과 실증을 통해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친환경 민자발전사업자로 진출할 계획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한화가 글로벌 그린에너지 분야를 선도하는 국내 최고 기업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