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빨라지는 가운데 기업들의 구인난이 심해지고 있다. 임금을 올려줘도 일할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미 노동부가 11일(현지시간) 공개한 올 3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채용 공고 건수가 812만 건으로 전달보다 8%(59만7000건) 증가했다. 2000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750만 건)도 크게 웃돌았다. 채용 공고는 숙박·식음료업과 제조업, 건설업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활황 신호로 여겨지는 숙박 및 식음료 부문의 채용 공고가 100만 건에 육박했다.
실제 채용은 전달보다 3.7% 증가한 600만여 명에 그쳤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보다 200만여 명 적게 뽑았다는 얘기다. 이런 격차 역시 역대 최대치였다.
3월 미국의 실업률이 6.0%로 팬데믹직전이던 작년 2월(3.5%)보다 크게 높은데도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실업자들이 적극적인 구직 활동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최저임금을 받던 상당수 근로자는 실업수당을 챙기는 게 유리하다고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기존 실업급여에다 매주 300달러씩 얹어주는 부양책 패키지 덕분이다. 많은 학교가 수업을 완전히 재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맡길 만한 보육 서비스가 부족한 것도 인력 부족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고용지표에서도 비농업 일자리는 시장 전망치(98만~210만 개)를 크게 밑돈 26만6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인력 수급 불일치가 심해질 조짐을 보이자 일부 주는 선제적으로 실업수당을 축소하고 나섰다. 앨라배마, 아칸소, 미시시피, 사우스캐롤라이나, 아이오와주 등은 추가 실업수당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킴 레이놀즈 아이오와주지사는 트위터에서 “모든 사람이 일터로 돌아갈 시간”이라며 연방정부의 실업수당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패스트푸드인 맥도날드 가맹점협회도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수당 탓에 채용이 어렵다”는 내용의 서한을 최근 전국 회원들에게 보냈다. 하지만 백악관은 “관대한 실업수당이 실업자들의 구직을 막는다는 증거는 없다”며 추가 수당 지급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