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영업금지·제한에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 소급여부와 규모 등을 놓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여야는 이견없이 소급적용과 보상 규모 확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현실적으로 재정규모상 불가능하다며 소급적용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보상 기준 등을 법이 아닌 대통령령 등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중소벤처기업소위원회를 열고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손실보상법) 등 30개 안건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국회 소위원회는 원칙적으로 비공개가 원칙이지만 이날은 이례적으로 모든 회의 내용을 공개했다.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 '언론플레이'를 통한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소급적용은 당연한 순리"vs "재정부담 현실적으로 불가"충돌 지점은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 소급적용 여부다.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가릴거 없이 소급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여야 산자위 소위 위원들을 향해 "전원이 소급적용을 지지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여야 위원들은 일제히 "네"라고 말했다. 여야는 "소급적용은 보상개념이 아닌 집합금지·영업제한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을 위해 정부가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보고있다.
위헌여부에 대해서도 위헌이 아니라고 보고있다. 실제 과거 포항지진 피해보상에서 소급적용을 한 사례도 있다. 2017년 11월과 2018년 2월에 발생한 포항 지진 발생 후 2년만인 2020년 정부와 국회는 ‘포항지진특별법’을 제정해 총 42억원(평균 265만원)을 지원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소급적용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다. 추계액에 따라 부담 규모가 100조까지 늘어나는 만큼 정부 재정에 대한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입장이다.
또 코로나 19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법 소급적용은 해외에도 사례가 없는 경우이기에, 파급효과나 재정감당 가능성 등을 더 연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피해를 입었지만 소급 지원을 받지 못하는 농어민 등도 있다는 점을 들어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여한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지금까지 정부는 집합금지·영업제한 업종에 대해 5조3000억원, 소상공인까지 총 14조원을 지급했다”며 “만약 손실보상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책정하면 여러 가지 현장 혼란과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법으로 보상 기준 정해야"vs "대통령령으로 심도있게 정하겠다"
보상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를 두고도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고 있다. 기준을 매출액, 영업손실 등 어떤 것으로 할지를 두고 나타나는 이견이다. 국회는 또 어떤 기준으로 보상할지의 내용을 손실보상법내에 넣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법에는 '손실보상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규정을 넣은 뒤 이후 정부가 심도있게 기준을 정하겠다는 입장을 비치고 있다.
국회는 기본적으로 어떤 보상 기준을 세울지 법제화 하겠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민병덕 의원은 손실 매출액의 50~70%를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는 규정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보상 규모 등이 제대로 산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법으로 기준을 정한다는건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대통령령, 중기부장관령으로 보상 피해지원 심의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현실적인 재정 부담 가능성 등을 고려해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의도다. 이 경우 보상 규모는 국회의 주장 보다 작아질 수 있다.
청와대 역시 구체적인 보상 기준은 정부가 정하겠다는 입장을 당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집합금지·영업제한 업종 외 자영업자에 대한 보상 근거를 손실보상법에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여부, 법 형태를 특별법으로 할지 일반법 개정안으로 할지 여부 등 국회와 정부는 디테일한 법 내용을 두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5월내 법안 처리가 사실상 힘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