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원에서 미술관으로 순간 이동을 한 것 같았다.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 2층 프로젝트홀로 들어섰을 때 든 기분이다. 이곳에선 식물을 주제로 한 예술작품 전시가 한창이었다.
서울식물원은 지난달 20일부터 이곳에서 ‘정정엽:조용한 소란’이라는 기획 전시를 열고 있다. 정정엽 작가가 생명 또는 생명력을 주제로 그린 작품을 한데 모았다. 녹두나 검정콩, 노란 콩을 알알이 그려놓은 게 돋보인다. 서울식물원 관계자는 “콩은 씨앗, 즉 생명의 근원을 상징한다”며 “심으면 발아돼 다시 자란다는 점에서 ‘생명력은 무엇인가’를 곱씹어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생명의 가치와 소중함을 돌아보자는 의미를 담아 기획됐다. 오는 10월 24일까지 열린다.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단 휴관일인 매주 월요일엔 전시 공간도 문을 닫는다.
서울식물원은 2018년 10월 임시 개방 때부터 미술 전시회를 꾸준히 열고 있다. 서울식물원 관계자는 “식물원을 단순히 ‘식물만 보는 곳’으로 여기던 것은 옛날 이야기”라며 “문화 및 여가를 즐기는 공간으로 존재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곳 전시는 식물 문화를 주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2018년 10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식물문화센터 로비에서 진행한 첫 전시 ‘피어나다’가 대표적이다. 빨대로 만든 가상정원을 통해 생명의 근원, 환경 문제 등을 생각해보는 주제 의식을 담았다. 2019년 5~9월엔 식물 문화의 즐거움을 전파하는 데 초점을 맞춘 ‘봄봄봄’이란 전시를 열었다.
전시할 주제, 작가 등은 큐레이터가 선정한다. ‘서울식물원 전시 큐레이터’ 역할을 하는 정수미 주임은 “식물 문화와 관련이 있으면서도 사회 흐름, 이슈 등을 반영한 주제를 주로 고민한다”며 “예술적이고 문화적인 휴양까지 즐길 수 있는 식물원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식물원은 실내뿐 아니라 넓은 야외공간을 활용한 전시도 종종 선보인다. 정 주임은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외 작가들과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해 볼 계획”이라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