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왕국’ 일본에서 세계 만화시장의 패권을 한국에 빼앗기게 됐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만화가 만화잡지와 단행본 등 출판시장 기반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이 한국의 네이버와 카카오가 세계 웹툰시장 패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음악과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강세인 한국이 웹툰 분야에서도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면서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세로읽기형 만화 ‘웹툰’ 플랫폼이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네이버 웹툰의 이용자 수는 세계적으로 7200만 명을 넘고, 70만 명 이상의 만화가가 자유롭게 투고한 웹툰을 10개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소개했다. 이달 중 6억달러(약 6681억원)를 투자한 캐나다의 소설 및 웹툰 플랫폼 왓패드 인수를 마무리하면 영어권을 중심으로 9000만 명의 독자가 추가될 전망이라고도 전했다. 카카오 역시 이용자 수를 공개하지 않지만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3000만~4000만 명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네이버가 2000년대에 개발해 2010년대 중반부터 보급한 풀 컬러, 세로읽기 방식의 웹툰 시스템은 세계 웹툰의 표준이 됐다. 화면 구성이 자유로워 스마트폰 화면으로 읽기 쉽고 다른 언어로 번역하기도 용이하다. 반면 가로로 한 페이지씩 스크롤하는 일본 웹툰은 화면 구획이 많아 스마트폰에선 읽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취미로 만화를 그리는 아마추어 작가들도 네이버에 자유롭게 작품을 게시할 수 있다. 인기 만화가로 인정받으면 연평균 3억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세계의 젊은 작가들이 네이버 플랫폼으로 모여들고 있다. 인기 콘텐츠가 모이자 이용자도 크게 늘어 지난 3년간 네이버와 카카오 콘텐츠 사업의 매출은 네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일본은 동인지와 단행본 중심의 작품 제작을 고수한 결과 디지털 사업 진출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에선 여전히 일부 출판사가 만화가를 육성하고, 인기 작품을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수입을 올리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인구 1억2000만 명의 내수시장이 일정 수준의 수익을 보장하다 보니 해외시장에 진출하거나 세계적인 플랫폼을 만드는 데 소극적이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