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근 한 사업설명회에서 명의만 빌려주면 중고차 수출로 대당 2000만원의 수익금을 주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솔깃해진 그는 곧바로 주민등록등초본, 인감증명, 매도용인감증명 등 서류를 떼다가 중고차 할부 대출을 받았고 자동차도 넙겨줬다.
다른 명의 대여자를 소개해주면 차량 5대당 1대를 보너스로 주겠다는 말에 지인·친척까지 대거 끌어들였다. 그러나 코로나 등으로 수출이 지연되고 있다며 약속된 수익금 지급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결국 연락이 뚝 끊겼다.
금융감독원은 11일 이처럼 중고차 대출 사기가 크게 늘고 있다며 소비자 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대출이 급한 저신용자와 구직 중인 사회 초년생, 금융지식이 낮은 전업주부, 귀화자 등이 주된 타깃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할부금을 대신 갚아줄 테니 대출 명의만 대여해 달라는 수법이 많았다. B씨는 명의만 빌려주면 중고차를 할부로 사서 렌트카로 운영한 뒤 매달 수익금을 꼬박꼬박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대출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자동차를 되팔아 원금과 함께 명의를 돌려주겠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두달만에 할부 이자는 연체됐고 이에 따라 차량 반납을 요구했지만 사업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B씨는 당사자를 경찰에 고발하고 민사 소송까지 냈지만 거액의 대출금을 갚지 못해 끝내 신용불량자가 됐다.
저리의 대환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꼬드기는 수법도 적지 않았다. C씨는 급전이 필요해 대출을 알아보던 중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임시로 중고차 할부 대출을 받고 나서 두달만 이자를 갚으면 신용등급이 올라가 1금융권에서도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차량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중고차 대출 계약을 비대면으로 체결했고 두달이 지났지만 담당자는 "C씨의 자격요건이 미달돼 저리 대출이 불가능하다. 난 잘못이 없으니 고소하든지 맘대로 하라"며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이밖에 취업이나 생활자금(현금) 융통 등을 미끼로 중고차 대출 계약을 요구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고차 대출 명의를 빌려달라는 제안은 무조건 거절하고 저리 대환대출 광고 등은 아예 전화를 끊거나 문자를 삭제하는 편이 안전하다"면서 "이면 계약이나 금융사 고객센터에 거짓 답변을 유도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거부해야만 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