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300조 늘리고도, 돈 더 풀겠다는 문 대통령…또 '추경 카드' 꺼내나

입력 2021-05-10 17:41
수정 2021-05-20 14:47
“적극적인 확장 재정” “과감한 소비 진작책과 내수 부양책” “추가적인 재정 투입도 마다하지 않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국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며 사용한 표현들이다. 문재인 정부 4년간 국가채무가 300조원가량 급증한 가운데 다시 한번 돈을 풀어 경기 부양 등 각종 경제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다만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선 정책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변함없는 ‘돈풀기 정책’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제 회복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소비와 내수 부양을 이끌 정책을 준비하는 한편 일자리 회복에도 정부 예산을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경제 지표가 좋아졌다고 국민의 삶이 바로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위기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일자리 격차가 확대됐다”며 “일자리 예산을 신속히 집행하고 추가적인 재정 투입도 필요하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소상공인 지원 등과 관련해 조만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나설 수 있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코로나19 회복 국면에서 추가 재정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면서 국가채무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국가채무 1091조원, 국가채무비율은 52.3%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7년 627조원, 34.2%였던 관련 지표가 5년 만에 급증하는 것이다. 내년 대선이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두세 차례 추경을 통한 돈풀기에 나설 경우 국가채무 1000조원 돌파 시점이 내년이 아니라 올해로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인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지표를 의식해 돈을 풀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는 어렵다”며 “국가채무 급증 위험성에 대해 아예 손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기업 및 민간경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양질의 민간 일자리 창출에 정책 주안점을 둘 것”이라며 △기업과의 소통 강화 △규제 혁신 △벤처 활력 지원 △조선업 인력 공급 등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반도체산업과 관련해 “확보 경쟁이 가장 치열한 업종”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하고 굳건히 국익을 지켜냈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정책 전환 이뤄지나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부동산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며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비리까지 겹쳐지면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수요자 보호와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 등의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며 ‘투기 차단, 실수요자 보호, 공급 확대’라는 기존 부동산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투기 규제 때문에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 게 어렵게 된 것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은 “무주택 서민, 신혼부부,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실수요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대출 규제 완화 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포인트 올리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세 부담 완화를 위해 재산세 감면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감면 상한선을 기존 공시가격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도원/노경목/장현주/김소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