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엔지니어링, '프로브 핀' 기술로 승부수…해외선 진작 러브콜 [인터뷰+]

입력 2021-05-11 06:43
수정 2021-05-12 09:08

"그 기술이 정말로 상용화됐다고요? 믿을 수 없네요." 포인트엔지니어링이 샘플을 보내자 A사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A사는 바로 주문을 넣겠다며 계약조건을 달았다.

디스플레이·반도체 업체인 포인트엔지니어링이 개발한 AAO(양극산화막) 기술이 적용된 프로브 핀(Probe Pin) 샘플을 접한 업체들의 반응이다. 안범모 포인트엔지니어링 대표는 지난 6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3~4군데 고객사와 접촉한 상황"이라며 "처음엔 우리 제품을 믿지 못하면서 의문을 가졌지만, 샘플을 직접 주니 바로 해당 고객사의 본사까지 보고하고 의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포인트엔지니어링은 AAO기술을 이용해 해당 부품의 특수 표면처리를 진행해왔다. 이번엔 전 세계 최초로 AAO기술을 프로브 핀에 적용했다. 프로브 핀은 프로브카드의 핵심 부품으로, 제조된 반도체 칩을 미세한 바늘을 이용해 직접 접촉해 검사하는 기능이다.

안 대표는 "기존에 연구소나 학회에서 사용되던 기술이었지만, 포인트엔지니어링이 처음으로 양산해 상용화에 성공했다"며 "유럽 회사에선 6인치까지 개발했지만 제품을 균일화하는 데 실패했고, 우리는 11인치까지 양산이 가능한 만큼 단가도 크게 올릴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AAO기술을 적용한 프로브 핀을 개발한 이유는 반도체가 고집적화·소형화되면서 검사장비도 이전보다 정밀한 수준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AAO기술을 적용한 양극산화 몰드는 1회에 100um 이상 두께로 정밀한 형성이 가능하다. 기존의 감광성 재료(PR) 방식으로는 1회 공정으로 40um 높이만 가능했다.

이같은 정밀도를 기반으로 AAO 몰드를 이용한 프로브핀은 미세한 구조물의 빔도 핀 내부에 구현할 수 있다. 21층 이상의 도금층도 형성이 가능하다. 다양한 디자인이 가능한 만큼, 고객사가 원하는 형태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해당 프로브 핀이 적용된 프로브 카드는 8월초부터 대량 양산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 사업을 위해 자체자금 100억원을 들였다.

안 대표는 "3~4곳과 계약을 맺고 샘플을 제작 중인데 적어도 7월초까지 전달하기로 했다"며 "투자 중 80% 설비 발주가 끝난 상황으로, 아산 둔포에 클린룸도 완료돼 연내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가로 프로브 카드의 핵심 부품인 가이드 플레이트(Guide Plate)도 제작할 계획이다. 가이드 플레이트는 프로브 핀을 정확한 위치에 고정 및 배열해주는 역할을 한다. 올해 3분기엔 8인치 크기의 양극산화 와이퍼를 매월 1000매 수준으로 양산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프로브 핀을 매월 2000만개 이상 제작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처럼 프로브 핀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었던 비결은 오랫동안 기술 내공을 확보한 덕분이다. 포인트엔지니어링이 확보해 둔 지적재산권(IP)은 총 550건이나 된다. 안 대표는 "해외 진출을 염두해 그동안 많은 IP를 확보한 것"이라며 "특허기술 비용이 많이 들어갔고, 해외출원을 유지하는 비용도 많이 쓰고 있다"고 했다. 해외 수출 '확대'…"프로브 핀, 내년 매출 1000억원 이상 자신"포인트엔지니어링의 수출 비중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해당 프로브 핀은 비메모리 분야 선두업체인 TSMC 인텔 AMD 삼성 등에도 필요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현재 수출은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안 대표는 "앞으로 고객사는 더 늘어나고, 알아서 찾아오는 고객사들도 나올 것"이라며 "새로운 디바이스인 마이크로 커패시터, 인덕터, 마이크로 안테나 등 새롭게 확장할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브 핀은 독보적인 기술로 가격결정력이 있는 만큼, 해당 사업부는 내년 1000억원 이상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포인트엔지니어링은 프로브 카드를 직접 만들지는 않기로 결정했다. 해당 기술이 '확장성'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프로브카드 헤드 분야가 이탈리아 테크노프로브와 일본 미국 업체로 과점화돼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안 대표는 "떡집에선 떡만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떡을 이용해 떡볶이를 만들거나 다른 곳으로는 눈 돌리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회사의 성장 전략은 TSMC 방식이 될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고객사에서 형상하고 스팩을 주면, 우리가 검토한 후 고객이 원하는 대로 배송하는 시스템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공정에서 6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1분기 매출 129억달러(약 14조4500억원), 영업이익 53억6000만달러(약 6조원)를 거뒀다. 매출은 삼성보다 5조원가량 적지만, 오히려 이익은 2배 가까이나 많았다. 5㎚(나노미터)와 7㎚ 등 미세공정에서 매출의 절반을 올리면서 수익을 극대화한 결과다.

안 대표는 "공장을 확대해서 물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기 보다는 투자를 유치하고, 좋은 회사를 인수합병하는 식으로 발빠르게 대응할 것"이라며 "소재와 디바이스 전 단계의 새로운 사업군에 뛰어들겠다"고 강조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