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줄이고 中企 키우고…ESG 돕는 'IT 솔루션' 뜬다

입력 2021-05-10 16:09
수정 2021-05-10 16:11
기업들의 E(환경)·S(사회)·G(지배구조) 경영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ESG가 자본시장 투자자의 주요 판단 지표로 자리잡으면서다. 기업으로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ESG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투자자들을 설득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를 지원하는 정보기술(IT) 솔루션이 각광받고 있다. 글로벌 IT, E(환경) 정조준ESG를 둘러싼 시장의 인식 변화는 극적이다. 도이치뱅크는 ESG 의무 조항을 적용받는 글로벌 자산 규모가 2022년 말 60조달러(약 6경7308조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5년 23조달러(약 2경5801조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ESG를 준수하지 못하는 기업은 ‘돈줄’이 마를 가능성이 커졌다.

자연스럽게 기업들은 ‘ESG 경영’을 외치기 시작했다. 비즈니스 변화상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글로벌 IT 솔루션 기업들은 이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비가 더딘 E(환경) 영역에서 특히 발빠른 움직임을 나타내는 추세다.

글로벌 고객관계관리(CRM) 기업 세일즈포스는 지난달 각종 지원 기능을 개편한 ‘서스테이너빌리티 클라우드’를 새롭게 선보였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직접 관리하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개발한 것이다. 이 소프트웨어(SW)는 직접 배출, 간접 배출 등 각종 온실가스 배출 범위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에너지 패턴과 배출 추세 데이터를 분석해 표시하고, 환경영향 평가를 지원하기도 한다. 기업은 배출량을 원인별로 구분해 파악할 수 있고, 기간별 분석을 통해 가장 조치가 시급한 시기가 언제인지 파악할 수 있다.

세일즈포스 측은 “수집한 데이터는 모두 온실가스 회계 처리 및 보고 기준을 토대로 자동 시각화된다”며 “기업들이 실시간으로 탄소배출량을 확인하면서 신속한 전략을 논의할 수 있게 돕는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ESG 솔루션스 그룹은 최근 ‘기후 솔루션(Climate soluions)’을 출시했다. 은행과 보험사 등 자산운용이 중요한 기업을 타깃으로 삼았다. 무디스 계열사이자 기후 리스크 관련 데이터 전문기업인 포 트웬티세븐이 솔루션 개발 전면에 나섰다.

무디스에 따르면 이 솔루션은 글로벌 상장사 5000여 곳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기후 위험에 대한 투자 대상 기업의 리스크를 분석한다. 친환경 전환 평가를 통해 각 기업의 저탄소 지표를 제공하며,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준수 여부도 함께 지원한다.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와 고객사 스스로 ESG 지표도 챙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에너지 자동화 솔루션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데이터센터의 ESG 경영을 지원하고 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DCIM 솔루션’은 인공지능(AI) 기반 기계학습을 통해 데이터센터에 꼭 맞는 최적 온도를 제시한다. 쿨링 시스템으로 과다한 전력 사용을 통제해 온실가스의 간접 배출을 막는 원리다.

권지웅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본부장은 “각 데이터센터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 에너지 절감 및 탄소 배출 감축과 더불어 기업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생의 사회(S)’ 솔루션도 부각ESG 솔루션을 둘러싼 국내 IT 기업들의 방향성은 글로벌 흐름과 사뭇 다르다. 기존 국내 자본시장 지표는 전통적으로 G(거버넌스) 영역에 치중돼 있다는 평가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ESG 경영이 대세로 급부상하면서 E(환경) 지표만큼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S(사회) 영역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상생’을 강조하는 당국의 지침과 국내 시장 생태계의 특수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S(사회) 지표에선 네이버와 SK텔레콤 등 대형 IT 기업들이 해법 마련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직은 상당수가 자사의 ESG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한 솔루션에 그치고 있지만, 업계 특성상 타 기업과의 합종연횡을 통해 여러 산업군의 ESG 경영을 지원하는 조력자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 항목 중 S(사회) 지표에서 2년째 A등급을 따내고 있다. 국내에선 소상공인(SME) 플랫폼에서 독보적 지위를 누리는 상황이다. 올해 5주년을 맞은 ‘프로젝트 꽃’은 지난달 기준 45만 명의 온라인 창업자를 탄생시켰다. 소상공인과 온라인 거래 플랫폼을 연결해주는 ‘스마트플레이스’ 개설은 200만 곳을 넘어섰다. 네이버는 비즈니스 생태계를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LS일렉트릭과 ‘ESG 연합군’을 꾸렸다. 스마트 공장을 위한 합작 솔루션 ‘엣지 투 클라우드’ 출시를 위해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 솔루션은 설비 데이터를 수집·저장한 뒤 통계 및 AI 분석을 제공한다. 스마트 공장 구축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운영 인력과 보수 등의 비용을 줄이고, 나아가 사회(S) 영역 가치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최낙훈 SK텔레콤 스마트팩토리 컴퍼니장은 “이번 협력은 중소 제조기업에 스마트 공장 고도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