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한 것은 2013년이다. 이후 8년간 가계부채와 관련된 각종 우려는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의 주요 소재였다. “가계부채 거품이 터지면 자산 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는 분석도 가계부채가 1100조원, 1200조원을 돌파할 때마다 수시로 반복됐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하지 않았다. 2021년 들어 가계부채가 2000조원에 육박했음에도 집값과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 경제·금융정책 당국자들의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2013년 연 2.75%에서 현재 연 0.5%까지 오랜 기간 하락을 거듭해온 기준금리가 반등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지난 4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금리를 다소 올려야 할 수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미국 중앙은행(Fed)은 “역사상 최고점에 올라선 자산 시장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요지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내놨다. 글로벌 자산 시장 급락은 2000조원에 이르는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과 증권 등에 묶여 있는 한국 경제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는 12일 한은이 발표하는 ‘4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서 가계부채와 관련된 최근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일단 최근까지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은행이 직접 가계에 빌려준 대출은 올해 2월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으며 3월에도 전월 대비 6조5000억원 늘었다. 3월 기준 역대 두 번째 증가폭이다.
4월에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졌을 전망이다. 최근 대출 증가의 원인이 된 부동산 및 주식 투자를 위한 대출 흐름,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 40% 규제 시행 전에 대출받으려는 수요 등이 지속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이번주 중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놓을 예정인 금융위원회에 부담을 준다. 금융위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무주택자가 좀 더 많은 주택담보대출을 얻을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볼 예정이다. 취지는 좋지만 가계부채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는 10일 ‘4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을, 통계청은 12일 ‘4월 고용동향’을 발표한다. 지난달 고용부 발표에서는 실업급여 수급자가 75만900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여러 실물지표 반등에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고용 관련 수치가 개선됐을지 관심을 끈다.
정부는 13일 ‘종합 반도체 강국 전략’을 발표한다.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등 여러 부처가 오랜만에 힘을 모아 발표하는 산업 육성 정책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 공제 등 지원책이 발표될 전망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관련 지원도 포함될 수 있다.
같은 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1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내놓는다. 지난 2월 3.0%에서 3.3%로 상향 조정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한번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