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종료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권 재창출의 깃발을 내건 차기 대선 후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출마가 거론되는 후보만 10여 명에 달한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독주 속에 경선 흥행을 위한 ‘13잠룡 등판론’이 거론되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사진)은 9일 국회 잔디광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여당 주자 가운데 첫 번째 공식 출마 선언이다. 박 의원은 “뻔한 인물이 아니라 새로운 인물, 젊은 지도자 박용진이 청년 세대를 대변하고 정치 세대교체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공약으로 △전·월세 지원을 통한 주거 안정 △한국의 테마섹을 표방한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 조성 △남녀 의무 군사훈련을 기반으로 한 모병제 전환 △연수익 7% 이상의 국민행복적립계좌 도입을 통한 ‘국민자산 5억원 성공시대 도약’ 등을 내세웠다.
박 의원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되는 여권 잠룡은 12명에 이른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오는 12일 세종 지방자치회관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이광재 의원과 김두관 의원도 각각 대선 출마를 결정하고 6월 공식 출마 선언을 목표로 캠프를 꾸리고 있다. 이들은 차별화된 공략을 내놓으며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여권 대선 후보 ‘빅3’는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 출마 선언을 고려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캠프까지 꾸리고 사실상 대선 행보에 들어갔다.
이 밖에 ‘출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와 지방자치단체장도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 대표적이다. 현역 지자체장인 김경수 경남지사와 최문순 강원지사도 출마가 거론된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도 일각에서는 링에 올라설 ‘잠재 후보’로 꼽힌다.
이 가운데 대선 예비후보 등록이 확실시되는 인물만 7명(이낙연 이재명 정세균 박용진 양승조 김두관 이광재)으로, 19대 대선 당시 4명(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최성)의 두 배에 가깝다. 민주당 내에서는 대선 경선 분위기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13잠룡 등판론이 힘을 얻고 있다. 양정철 전 민주정책연구원장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잠룡 등판론 뒤에는 역설적으로 당내 경선이 싱겁게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한 대선 후보 지지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이재명 지사는 25%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이낙연 전 대표만 5%의 지지를 받았을 뿐 정세균 전 총리를 비롯한 다른 후보 지지율은 1% 이하에 머물렀다. 민주당 관계자는 “19대 대선 때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재명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과 막판까지 진검승부를 펼쳤다”며 “경선을 향한 국민적 관심이 최종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컨벤션 효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번에 당내 경선이 큰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이 지사로 확정될 경우 본선 승리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경선 일정을 연기해 후보 간 경쟁을 더 활성화하자는 ‘경선 연기론’까지 나오고 있다.
전범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