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시장은 그동안 글로벌 증시 중 가장 회복 속도가 느렸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증시는 최근 들어서야 지난해 2월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유럽시장의 추세적 상승세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많다. 유럽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미국 다음으로 빠르다는 점이 주요 근거다. 유로존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주가가 더 부각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 다음엔 유럽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럽의 인구 100명당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4월 말 기준 27%로 세계 주요 권역 가운데 미국(4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유럽연합(EU)은 최근 화이자 백신 1억 회분 추가 도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유럽 내 주요국의 인구 대비 백신 확보율도 4월 중순 기준 이탈리아 223%, 독일 184%, 프랑스 165%, 스페인 165% 등으로 높다. 같은 시기 한국의 백신 확보율은 96%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백신 보급 확대와 함께 올랐던 것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유럽 증시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유럽의 경기 회복 기대를 반영하듯, 국내 투자자들도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들고 있는 유럽 주식은 지난 4일 기준 총 13억5508만달러(약 1조5197억원)어치다. 지난해 말(3억4859만달러)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독일 주식 보유액이 8억9486만달러로 가장 많다. 영국(1억9584만달러), 프랑스(1억7852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눈여겨볼 유럽 종목&ETF는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 종목이 개별 종목에서 유럽 주요 지수나 업종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급격히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유럽 명품주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에르메스 등이다. 영국의 모바일 결제기업 보쿠, 게임회사 게임즈워크숍, 모바일 결제기업 뱅고, 독일의 바이오 기업 메디진, 베이어 등도 주요 보유 종목이다. 독일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소프트웨어 업체 SAP도 국내 투자자들이 찾는 주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 기대가 높은 상황에서는 개별 종목보다 지수나 업종을 추종하는 ETF가 더 안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유럽 내 ETF에 대한 관심을 높일 때”라고 설명했다.
가장 포괄적인 ETF는 ‘iShares MSCI EMU ETF(EZU)’다. 유럽 주요 기업에 분산 투자한다. 반도체 노광장비 회사인 네덜란드 ASML(4.95%), 프랑스 LVMH(3.75%), 독일 SAP(2.69%), 지멘스(2.33%) 등이다. ‘Vanguard FTSE Europe ETF(VGK)’도 유럽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데, EZU보다 상위 기업 비중이 작다. 스위스 식품회사인 네슬레(2.54%) 비중이 가장 높다. 유럽의 대표지수인 유로스톡스50 지수를 추종하는 ‘SPDR Euro Stoxx 50 ETF(FEZ)’도 대표적인 유럽 ETF다.
최근 유럽 내 금리 상승으로 인한 리스크가 걱정된다면 유럽 은행주를 매수할 만하다. 독일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질수록 이자수익 비중이 높은 유럽 은행들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ETF로는 유럽 은행주들을 추종하는 ‘iShares EURO STOXX Banks 30-15 UCITS ETF(EXX1)’ 등이 있다.
고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