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K자매’들의 2개 대회 연속 우승이 이뤄지지 못했다. 화수분처럼 스타 선수를 배출하고 있는 태국 선수들의 활약에 막히면서다.
태국의 ‘무서운 10대’ 아타야 티티쿨(18·사진)은 9일 태국 촌부리 시암CC 파타야 올드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총상금 16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16번홀(파3)까지 버디 5개를 몰아쳐 22언더파 공동 선두(이하 오후 4시30분 기준)에 올랐다.
먼저 경기를 마친 공동 선두도 마찬가지로 태국 선수였다. LPGA투어 통산 11승에 도전하는 에리야 쭈타누깐(26)이 22언더파로 선두 자리를 나눠 가졌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태국 골프의 미래로 불려온 티티쿨은 될성부른 떡잎으로 통했다. 2017년 태국에서 열린 타일랜드 챔피언십에서 만 14세4개월의 나이로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고, 투어 통산 2승을 기록했다. LET가 주무대인 그는 이번 주 초청 선수 자격으로 출전했다.
티티쿨은 나흘 평균 280야드가 넘는 드라이브 비거리를 기록했다. 2라운드까지 이글만 3개를 낚아챈 것도 세계 최정상급 장타가 뒷받침한 덕분이다. 평균 퍼트 수 역시 나흘 내내 한 번도 30개 이상을 넘지 않는 등 그린 위에서도 무결점 플레이를 선보였다.
티티쿨은 같은 조에서 1타 앞선 단독 선두로 출발한 타와타나낏을 상대로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배짱을 뽐냈다. 10번홀(파5)까지 버디만 5개를 잡아 5타를 줄인 티티쿨의 기세가 등등하자 되레 타와타나낏이 보기 2개와 더블 보기 등으로 무너졌다.
‘태국의 박세리’로 통하는 쭈타누깐은 이날만 9타를 줄이는 괴력으로 한국 선수들의 2개 대회 연속 우승 도전을 가로막았다. 전반에만 6타를 줄였고 후반에 3타를 더 줄였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는 이글에 가까운 버디를 낚아채기도 했다. 쭈타누깐은 2018년 7월 여자 스코티시오픈 이후 약 3년 만에 통산 11승에 도전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티티쿨의 활약으로 ‘후원 연타석 홈런’을 떠뜨리게 됐다. 메이저 퀸 타와타나낏과 티티쿨 모두 조명을 받으면서 ‘스타 메이커’로서의 명성을 굳힌 모양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부터 타와타나낏을 후원했고 티티쿨과는 지난달부터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투어 통산 4승 중 3승을 이 대회에서 거둘 정도로 태국에서 강했던 양희영(32)은 태국 선수들의 활약으로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다. 공동 10위에서 출발한 그는 이날 버디 9개와 보기 1개를 묶어 8타를 줄이는 뒷심을 발휘했다. 그러나 역전에는 타수가 부족했고 공동 3위의 성적에 만족해야 했다. 동타를 기록한 유소연(31)도 9언더파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날 5타를 줄인 최운정(31)은 최종합계 19언더파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 2월 열린 게인브리지 LPGA 이후 시즌 두 번째 톱10 성적이다. 역시 5타를 줄인 전인지(26)는 최종합계 16언더파 공동 10위를 기록했다. 그는 이 대회를 포함해 올 시즌에만 톱10에 다섯 번 입상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뉴질랜드 동포선수 리디아 고(24)도 합계 16언더파를 쳐 전인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조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