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비용 폭탄' 피하려면…가족력으로 '핀셋 검진' 하세요

입력 2021-05-07 17:28
수정 2021-05-12 15:25
지난해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이 확 줄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까봐 병원 방문을 꺼리는 사람이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 건강검진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검진 기간을 올 6월까지 연장해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피해 건강검진을 미루다가 암을 제때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코로나 시대에도 나이, 증상, 가족력을 감안한 ‘맞춤형 건강검진’을 받아야 제대로 몸을 관리할 수 있다”고 당부한다.

하지만 일반검진 외에 어떤 항목을 추가해야 할지 고민스럽기만 하다. ‘많이 검사하면 좋겠지’란 생각에 이것저것 추가하다간 ‘비용 폭탄’을 맞게 된다. 그렇다고 비용을 생각해 필요한 검사를 뺐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 가이드라인에 따라 나이대별 발병률이 높은 암 검진을 필수로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당 연령이 아니라도 평소 생활습관이 안 좋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검진받는 게 좋다.

작년 못 받은 사람, 올 6월까지 받아야건강검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국가건강검진과 직장인 검진이다. 국가건강검진은 지역세대주, 만 20세 이상 세대원, 만 19~64세 의료급여수급권자가 대상이다. 홀수연도에는 홀수년생, 짝수연도에는 짝수년생이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직장인 검진은 사무직은 2년 주기로, 비사무직은 매년 받는 것이 원칙이다. 제때 검진받지 못하면 검사 기회를 잃지만, 올해 6월까지는 홀수년생뿐 아니라 지난해 검진을 받지 못한 짝수년생도 받을 수 있다.

일반 건강검진의 공통 항목은 신장, 체중, 허리둘레, 시·청력, 간질환지수, 공복혈당, 흉부방사선촬영 등이다. 여기에 성별, 연령별로 검사 항목이 추가된다. 만 24세 이상 남성과 만 40세 이상 여성은 4년마다 이상지질혈증 검사를 받는다. 혈중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이 증가했는지, 몸에 좋은 HDL콜레스테롤이 감소했는지 확인한다. 만 54·66세 여성은 골다공증 검사를 추가로 받는다. 만 66세부터는 노인신체기능검사가 포함된다.

여기까지는 건강검진 해당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기본 검진 목록이다. 검진 후 15일 이내 문진표에 작성한 주소지로 결과가 통보된다. 검진 결과 고혈압과 당뇨병, 폐결핵 질환이 의심되는 사람들은 추가로 확진검사를 받아야 한다.

국가건강검진이라도 별도 비용을 내면 내시경, 초음파 등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다만 직장인 검사에서 해당 검사를 했다면 또다시 받을 필요는 없다. 엄유진 강북삼성병원 서울검진센터 교수는 “직장인 검진에서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면 국가검진을 추가로 받지 않아도 된다”며 “오히려 내시경 출혈 등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층은 위암·대장암 ‘필수’중장년에 접어들면 일반건강검진 외에 추가 검진을 고민하게 된다. 40~50대부터 암 발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5대 암에 대해서는 검진 비용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90%, 당사자가 10% 부담한다. 국가암검진사업 대상자는 100% 무료다.

5대 암 중 가장 환자가 많은 위암은 만 40세부터 검사가 시작된다. 2년마다 위내시경을 받는 것이 좋다. 간암은 만 40세 이상이라면 남녀 구분 없이 고위험군에 해당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검진 연도 이전 2개 연도 보험급여 내역 중 간경변증, B형 간염, C형 간염 등이 있거나 과거 B형 간염 바이러스 표면항원 양성자가 대상이다. 여기에 해당한다면 상반기에 한 번, 하반기에 한 번씩 6개월마다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를 한다.

만 45세부터는 대장암 검사를 받는 게 좋다. 1차적으로 분변잠혈검사를 받고 이상이 있으면 대장내시경, 대장 이중조영촬영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만 50세 이상이면 대장암 관련 검진 비용은 전액 공단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별도로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20~30대 등 젊은 층에서도 대장암 발병률이 늘어나는 추세다. 가족력이 있다면 40대 이전부터 주기적으로 대장내시경검사를 해 용종 유무 등을 확인해야 한다.

갑상샘암은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지만 굳이 일상적인 검진을 할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진수·오창모 국립암센터 박사와 박소희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국내 갑상샘암 발병률은 1999년 인구 10만 명당 6.4명에서 2008년 40.7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 기간 늘어난 환자 중 94.4%는 종양 크기가 2㎝에 못 미쳤다. 크기가 작은 데다 생명에 지장이 없기 때문에 굳이 일상적 선별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미국, 영국에서도 갑상샘암의 일상적 검진을 권하지 않는다.

엄 교수는 “갑상샘암은 건강검진을 한 그룹과 하지 않은 그룹 간 발병률이 유의미하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다만 가족력이 있거나 방사선 노출력이 있는 등 위험 요인이 있다면 개별적으로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30년 흡연했으면 폐암 검사해야생활습관에 따라 항목도 달라진다. 30갑년 이상 흡연 이력이 있다면 매년 저선량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어야 한다. ‘갑년’은 ‘1일 흡연 담배갑수×흡연기간’으로 계산한다. 30갑년은 30년 동안 하루 한 갑을 피운 기준이다. 만약 하루에 두 갑씩 피운다면 흡연한 지 15년 되는 해부터 CT를 찍는 것이 좋다. 건강보험공단은 만 54세부터 폐암검진을 추천하지만, 이보다 나이가 적더라도 오랫동안 담배를 피웠다면 검사받는 게 좋다.

만 20세 이상 여성은 2년마다 자궁경부 세포 검사를 받으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자궁경부암은 여성 암 중 발생 비율이 가장 높다. 다만 자궁적출술을 받았거나 성경험이 없다면 검사 전에 의사와 반드시 상담해야 한다. 만 40세부터는 2년마다 유방촬영술을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치밀유방(유선, 유관 등 실질조직이 이를 둘러싼 지방조직보다 많은 유방)’인 경우 유방촬영 사진이 대부분 하얗게 나와 정확한 유방암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는 유방 초음파 검사를 병행해 유방암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 밖에도 아무 이유 없이 두통이 계속된다면 뇌 CT, 뇌 MRI(자기공명영상) 등의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심혈관 질환이 걱정된다면 경동맥·관상동맥 석회화 CT, 심장초음파 등을 받으면 된다. “20·30대도 가족력 등에 따라 미리 관리”20·30대도 건강검진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맵고 자극적인 음식이 유행하면서 위궤양, 식도염 발병률도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30대 위식도역류질환 환자는 2016년 85만 명에서 2019년 92만 명으로 늘어났다. 엄 교수는 “평소에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먹고, 약을 먹어도 위가 쓰리는 등 불편함이 지속된다면 위 내시경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신건강검사(우울증 검사)도 만 20세부터 가능하다. 첫 검진받은 시점을 기준으로 10년마다 한 번씩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20·30대의 우울 평균 점수는 6.7점씩이었다. 40대(5.5점), 50대(5.2점), 60대(4.3점) 등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