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계획 보류에도…잠실5 재건축 기대 '여전'

입력 2021-05-07 17:24
수정 2021-05-08 02:19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승인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뽑아준 건데 왜 안 해주냐고 허탈해하는 분들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오세훈 서울시장의 ‘속도 조절’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분위기입니다.”(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 관계자)

서울시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정비계획안을 사실상 반려했지만 현지 중개업소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했다. 시간 문제일 뿐 결국 재건축 사업을 허가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했다.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복합공간 조성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도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팔자는 집주인 거의 없어 잠실역 사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잠실주공5단지는 1978년 준공된 3930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함께 강남 재건축을 상징하는 곳으로 꼽힌다.

정비계획안을 승인받지 못했지만 단지 내 중개업소에는 여전히 매수 문의 전화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3~4건 거래가 성사된 뒤 거래 가능한 매물은 거의 없다고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간혹 한두 개가 나와도 전세 세입자가 있어 팔기 어려운 매물뿐이라고 했다. 이 단지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되는 잠실동에 있어 실거주할 수 있는 경우에만 매수할 수 있다. H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번 보류 결정에 대한 실망감보다는 재건축 기대가 여전히 큰 상태”라며 “팔자는 집주인이 없어 매물이 ‘0’개”라고 했다.

매매가 역시 꾸준히 상승 중이다. 지난 4월 23일 이 단지 전용 76㎡는 24억63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신고가였던 23억원(9층) 대비 7개월 새 1억6300만원 올랐다. 현재 호가는 25억원 수준이다.

잠실주공5단지 옆 장미1차 아파트도 올 1월 전용 71㎡가 18억1000만원에 손바뀐 뒤 매물이 잠겨 있다. 현재 19억8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최근 한 달 새 1000만~2000만원가량 올랐다. 장미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동안 잠잠했던 거래가 최근 한두 건씩 살아나고 있지만 현재 매물은 4~5건 정도”라며 “대장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가 재건축을 본격화하면 인근 다른 재건축 단지들도 함께 오를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했다. 마이스 단지 본격화 기대잠실주공5단지 전용 82㎡의 전세가격은 4억5000만~6억원 정도다. 낡은 재건축 단지이다 보니 바로 옆 잠실 리센츠 아파트 84㎡의 평균 전세가 12억5000만원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잠실주공5단지에서 조합원인 소유주가 직접 거주하는 비율은 40% 정도로 추정된다.

S중개업소 관계자는 “위례신도시와 고덕 강일지구의 새 아파트 입주가 이달부터 줄줄이 있어 전세 수요가 많이 빠져나갔다”며 “하지만 실거주하려는 조합원이 많아 전세 매물은 많지 않다”고 했다.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조성사업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하면서 집값이 추가로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사업은 송파구 잠실운동장 일대 33만여㎡에 삼성동 코엑스 세 배 크기인 12만㎡ 규모의 전시장과 회의시설, 스포츠콤플렉스(1만1000석), 호텔(객실 900개), 문화·상업시설을 조성하는 것이다.

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복합 단지가 조성될 종합운동장 역 바로 건너편에 있는 재건축 단지인 잠실우성 1~3차 전용 84㎡ 매매 실거래는 20억8400만원이다. 현재 호가는 22억~23억원 수준이다. 2008년 입주한 인근 대단지인 잠실 엘스 전용 84㎡ 매매 시세인 23억3300만원에 근접하고 있다. 리센츠 전용 84㎡도 23억원대 후반에 거래되고 있다.

잠실동 B공인 관계자는 “잠실우성 1~3차는 지난달 조합 설립을 신청해 2년 실거주 조합원에게만 새 아파트 분양권을 주는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며 “마이스 개발까지 더해 최근 호가가 5000만~6000만원가량 올랐다”고 설명했다.

은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