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위안(약 1700원)이면 귀여운 애완동물을 보내드립니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나 핀둬둬에서 최근까지 볼 수 있었던 상품 광고다. 시계나 장난감 등을 무작위로 담아놓고 판매하는 '블라인드박스'가 애완동물에게까지 활용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판매되는 개나 고양이가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길러지고, 배송도 일반 택배를 이용하는 등 학대를 받고 있다는 게 공안 수사를 통해 알려지면서 중국 네티즌들의 분노를 샀다.
애완동물 블라인드박스 판매자들은 고가 품종의 개나 고양이 사진을 광고에 등장시켜 소비자들에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애완동물을 아주 싼 가격에 살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공안에 적발된 사육 현장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쓰촨성 청두에서 지역 동물애호단체가 찾아낸 한 사육장에는 160여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비좁은 박스에 갇혀 있었다. 몇 마리는 이미 죽은 상태로 발견됐다.
애완동물 블라인드박스는 그동안 이런 실상을 잘 모르는 청소년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어왔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애완동물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블라인드박스 시장도 빠르게 커졌다. 애완동물 사료나 미장용품 블라인드박스도 등장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아주 싼 값에 강아지를 구했다'는 종류의 글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하지만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길러진데다 배송 과정에서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탓에 이렇게 팔린 애완동물들은 주인에게 인도된 후 몇 주 살지 못하고 숨을 거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중국에선 쇼핑몰이나 길거리에서 파는 개나 고양이들이 곧잘 죽는다고 '1주일 개'나 '1주일 고양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블라인드박스의 개나 고양이들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수명이 짧았다.
게다가 블라인드박스로 애완동물을 샀다가 마음이 변해 반품하는 경우 이 동물들이 택배창고에 버려지는 경우도 많았다는 게 공안 수사에서 밝혀졌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파는 사람 뿐 아니라 사는 사람들도 이 동물들을 생명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