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4억 올려도 매수자 줄섰다"…인천 부동산 '불장'된 이유

입력 2021-05-08 06:01
수정 2021-05-09 23:19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고 있는 무주택자 김모 씨(40)는 내 집 마련에 관심이 많다보니 부동산 관련 유튜브와 커뮤니티의 글을 즐겨 본다. 두어달 전 인천 송도로 ‘임장(臨場)’을 갔다가 깜짝 놀랐다. 김 씨 뿐만이 아니라 서울에서 원정 답사 온 수요자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당시 인기 많던 유튜버들이 “인천 아파트값이 급등할 것”이라며 지목한 송도 아파트를 알아봤는데, 방문한 부동산마다 유튜브를 보고 왔다는 사람들이었다.

김 씨는 “가는 부동산마다 5~6명씩은 다른 지역에서 온 듯한 매수자들이 앉아 있었다”며 “소위 부동산 전문가라고 하는 유튜버들의 입김이 막강한 가 보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후 실거래가가 지역 내 신고가로 나오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

인천지역 아파트값이 서울 강남 못지않은 급등폭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호가가 최대 3억~4억원씩 뛰었으며 거래도 크게 늘었다. 그간 서울에 비해 집값 상승이 더뎠던 인천지역에 최근 교통망 확충 등 개발 호재가 이어지면서 이른바 ‘탈서울’ 수요가 늘어나서다. 이에 더해 일부 스타강사나 유튜버들이 인천을 유망지역으로 추천하자 투자수요가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남보다 4배 넘게 상승률 뛰어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인천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0.55% 급등해 지난주(0.51%)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같은 기간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이 0.13% 상승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4배 넘게 가격이 뛴 셈이다. 특히 연수구는 0.82% 뛰며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오른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인천은 4월 2주차에 0.39%까지 상승폭이 줄었다가 4월 3주차 들어 0.51%로 반등한 뒤 점차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몇 달새 실거래가가 3억원 이상 상승한 단지까지 나왔다. 연수구 송도동의 송도센트럴파크푸르지오(전용 84m²)은 이달 초 8억5000만원에 실거래 신고가 됐지만 지난달엔 1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송도국제도시에서는 10억원 넘게 거래되는 중형 면적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송도더샵퍼스트파크’와 ‘송도더샵마스터뷰’ 84㎡도 각각 10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10억 천장’을 뚫었다. 올 들어 송도에서 10억원을 넘긴 거래는 총 110건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지역의 아파트 일부도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남동구 논현동 ‘에코메트로’(전용 84㎡)의 실거래가는 지난 1월 5억원에서 지난달 6억5000만원으로 1억5000만원가량 올랐다. 중구 중산동 ‘스카이시티자이’ 전용 84㎡ 아파트는 지난달 신고가를 기록했다. 6억5000만원에 매매돼 올 초(5억1900만원)보다 1억3000만원 넘게 뛰었다. 인근 Y공인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 매물을 찾는 사람들이 집을 보러 온다”고 했다.
집값 3억원 뛰어도…거래 활발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있지만 거래는 점점 더 증가하는 분위기다. 지난 3월 인천 아파트 거래량은 총 6475건으로, 일평균 208.8건이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 아파트 매매계약은 작년 9월 2518건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157.14%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말 5381건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거래량은 지난 1월(4528건)과 2월(4926건) 들어 약간 줄었지만 3월부터 다시 크게 늘어나는 분위기다.


최근 경기·인천의 아파트값이 급격히 오른 것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비롯한 교통 호재를 기대한 투자 수요와 서울을 떠나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가 동시에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인천 지하철 1호선 연장,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 인천 2호선 검단 연장 등이 계획 중이다. 또 집값 ‘불쏘시개’로 불리는 GTX도 들어설 수 있다. GTX-B는 인천 송도에서 출발해 여의도, 서울역, 청량리 등을 거쳐 남양주 마석까지 이어지는 노선이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서울 집값 상승에 피로감을 느낀 실수요자들의 경우 인천의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도 한 몫 했다. GTX 호재까지 이어지며 수도권에서의 출퇴근을 감내하기로 결심하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서울 거주자가 인천 아파트를 매입한 사례는 803건으로 지난해 하반기(9월·209건)보다 284.2%나 증가했다.

광명동 B공인 관계자는 “최근 워낙 매수에 불이 붙어서 집이 나오면 연락해달라는 대기자 명단도 길다”며 “대부분 30~40대 젊은 층 수요자가 많다”고 전했다.
스타 유튜버 추천에…갭투자자들 '우루루'일부 스타강사들이 인천을 유망지역으로 추천하면서 대규모 투자에 나선 갭투자자들까지 가세했다. 지난해 말부터 유튜브나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인천 폭등한다", "인천이 수도권 마지막 막차" 등 자극적인 발언으로 인천 투자를 부추기는 사례가 늘었다.

미추홀구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박모 대표는 "올 초부터 외지인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와 매물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쓸어갔다”며 “적게는 몇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대 초반의 갭투자가 가능한 매물을 많이 찾았다”라고 했다.


최근엔 취득세율이 1.1%인 공시가격 1억원 미만 매물은 씨가 말랐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초기 재개발구역으로 꼽히는 미추홀구 용현 1구역에선 올 초까지는 빌라나 다세대 주택을 구입할 경우 전세를 끼고 7000만~8000만원이면 매물을 구할 수 있었지만 최근엔 1억원 이상 투자금을 지불해도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인천지하철 2호선 석남역 인근 빌라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들 지역은 아직 조합설립도 이루지 못한 경우가 많다.

문제는 초기 재건축 지역의 경우 사업 진행 판단이 어려워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지만, 유명 유튜버나 블로거 등을 중심으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하면서 무분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빌라 전업투자자는 “몇몇 투자자들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매맷가를 부풀리며 물건을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며 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 다른 부동산업계 전문가도 “한 재개발 지역 관련 단톡방에 들어가보니 몇백명 중 4분의 3가량은 지역 주민이 아닌 외지인들이었다”며 “최근엔 재개발 가능성이 낮은 지역에 일단 ‘재개발 추진’ 등을 알리는 현수막부터 붙여 투자자들을 호도하거나 단톡방을 중심으로 허위 투자정보를 퍼뜨리는 사례도 늘었다”고 우려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