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실업률=100%'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 이유는

입력 2021-05-10 09:01
수정 2021-05-30 16:18

우리 국민 가운데 취업한 이들의 비중을 뜻하는 고용률과 직업이 없는 실업자의 비중을 나타내는 실업률은 정반대 지표일까요? 다시 말해 ‘고용률+실업률=100%’라는 등식이 성립할까요?

정답은 ‘아니다’입니다. 두 지표를 산출하는 공식이 다르기 때문이죠. 먼저 한 국가의 총인구 가운데 15세 이상 인구를 ‘생산가능인구’(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5세 이상을 제외)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일할 능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14세 이하는 생산가능인구에 포함되지 않으며 군인(공익근무요원 포함)이나 재소자, 외국인 등도 생산가능인구가 아닙니다. 생산가능인구는 또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뉘는데, 경제활동인구는 실제로 생산을 하거나 생산을 위한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의 합입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전업주부, 학생, 노동능력이 없는 노인이나 장애인, 구직단념자 등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합입니다. 경제활동인구는 취직하여 일을 하고 있는 ‘취업자’와 일자리가 없어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로 또다시 분류됩니다. 고용률은 취업자를 생산가능인구로 나눈 것(취업자/생산가능인구)이고 실업률은 실업자를 경제활동인구로 나는 지표(실업자/경제활동인구)입니다. 실업률과 고용률을 함께 봐야 취업자는 조사하는 기간에 1시간이라도 돈벌이를 목적으로 일한 사람입니다. 또한 수입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가족이 경영하는 사업장, 농장 등에서 1주간 18시간 이상 일한 경우는 취업자로 분류됩니다. 반면 실업자는 수입을 목적으로 일하지 않았고, 지난 4주간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아보았으며, 일이 주어졌을 경우 즉시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여건이 구비된 사람을 말합니다.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의 비율이 실업률인 것입니다. 하지만 구직단념자처럼 일하고 싶지만 취업을 못해 구직활동조차 포기한 사람이 실업률에서 제외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용률과 실업률을 함께 봐야 합니다.

구직단념자와 그 의미가 일부 겹치기도 하는데, 취업 의욕마저 상실한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니트(NEET: Not currently engaged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이라는 개념도 있습니다. 의무교육을 마친 뒤에도 상급학교로 진학하거나 취직하지 않으면서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사람으로, 그야말로 ‘그냥 쉬는’ 청년층을 의미합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는 지난해 국내 니트족이 43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24.2%(8만5000명) 증가했다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마찰적 실업은 경기가 좋을 때도 발생실업을 종류별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경기적 실업’은 경기 변동에 따라 나타나는 실업입니다. 경기 호황기에는 일자리가 늘어나 실업이 줄지만 경기 침체기에는 실업이 늘어나죠. ‘구조적 실업’은 기술 혁신이나 산업구조의 변화로 사양산업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실업입니다. 비행기 경로를 계산하는 항법사는 고소득 전문직이었지만 위성항법장치(내비게이션) 개발로 일자리를 잃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계절적 실업’은 계절적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실업입니다.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겨울에 공사가 중단되면 실업 상태에 빠지는 것이 그런 예입니다. 계절적 요인을 제거하고 순수한 경기적 요인만으로 산출한 것을 계절조정(harmonised)실업률이라고 합니다. ‘마찰적 실업’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옮기려고 하면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실업입니다. 구조적 실업과 마찰적 실업은 경기가 좋을 때도 발생하죠. 그래서 자연실업률을 감안했을 때 전체 실업률이 5% 이하면 ‘완전고용 상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청년 실업은 매우 심각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3월 우리의 실업률은 4.3%(계절조정실업률은 3.9%)로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통계는 착시를 불러일으키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면서 하루 3시간씩 아르바이트하는 A씨는 실업자가 아닙니다. 돈벌이를 위해 주당 1시간 이상 근로하면 취업자로 간주하는 집계 방식 때문이죠.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A씨가 당분간(4주 이상) 여행을 가겠다며 취업 준비를 중단해도 역시 실업자가 아닙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것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확장실업률’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졌죠. ‘근로 시간이 주당 36시간 이하면서 추가로 취업을 원하는 사람’을 실업자에 추가합니다. 또 지원서를 내지는 않았지만 학원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구직활동 여부와 무관하게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을 ‘잠재적경제활동인구’에 포함합니다. 3월의 확장실업률은 14.3%로 높아집니다. 또 15~29세 ‘청년 실업률’은 10.0%로, 전체 실업률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청년 확장실업률은 25.4%로 더 높죠. 네 명 중 한 명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청년층의 분노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① 전체 실업률보다 청년(15~29세) 실업률이 더 높은 이유는 왜일까.

② 세금을 투입하는 공공근로 등에 참여하는 60세 이상 고령층도 취업자로 집계하면서 최근 취업자 수가 증가했는데 이를 고용 상태 개선으로 볼 수 있을까.

③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실업률과 보조지표로 사용되는 확장실업률 가운데 고용현실을 더 잘 반영하는 쪽은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