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중단 사태 맞은 '트래블버블'

입력 2021-05-07 12:23
수정 2021-06-06 00:0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국제관광 교류 재개를 위해 도입된 '트래블 버블(비격리 여행권역)'이 잇달아 중단 사태를 맞고 있다. 협정을 맺은 국가와 도시 간 의무격리를 면제하는 방역완화 조치가 확진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관광객의 자유로운 입국과 출국을 허용하는 트래블버블이 코로나 3차 대유행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 6일 자정부터 호주 시드니를 포함한 뉴사우스웨일스(NSW) 지역과의 트래블버블 시행을 48시간 동안 잠정 중단했다. 5일 시드니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은데 이어 이날 부인이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일시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코로나 대응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감염경로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시드니 상황을 고려할 때 무방역 비행 중단이 가장 안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호주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이 남성은 지난달 지정 검역소에서 발견된 미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바이러스 지역감염 정도에 따라 중단 사태가 전역으로 확대되거나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지사는 6일 브리핑을 통해 "지역 감염자와 미국 여행객과의 연결고리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변이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감염 의심자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 역학조사와 방역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오는 26일 시행을 앞둔 싱가포르·홍콩 트래블버블도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4일 지역 병원에서 5명이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에 집단감염되면서 5인 이상 사교모임 금지, 재택근무 50% 확대 등 3주간 강화된 방역조치 시행에 들어갔다. 싱가포르 영주권자 외에 인도와 방글라데시, 네팔, 파키스탄, 스리랑카의 싱가포르 입국도 금지했다.

지난해 11월 홍콩 내 확진자 증가로 한 차례 트래블버블 도입이 무산된 싱가포르와 홍콩은 지난달 이달 말부터 양국 국민에 대해 무방역 입국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백신 접종과 음성진단이 확인된 자에 한해 이달 26일부터 정원 200명의 항공편을 하루 두 편씩 운항하고 다음달 10일부터 항공편을 4개로 늘리기로 했다.
로렌스 웡 싱가포르 교육부 장관 겸 코로나 대응TF 대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계획 변경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홍콩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래블버블이 잇달아 중단·무산 사태를 맞으면서 업계 일부에서 제기한 트래블버블 회의론과 무용론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내려지는 갑작스런 중단 조치로 인한 예약 연기와 취소의 피해는 고스란히 업계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트래블버블이 시작된 호주와 뉴질랜드는 한 달도 채 안되는 기간동안 세 번이나 부분 중단 사태를 맞았다. 바이러스에 대한 완벽한 관리,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트래블버블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항 컨설팅 전문가인 안상준 인천인터내셔널 대표는 "트래블버블이 1년 넘게 개점휴업 상태에 놓인 여행·항공업계의 회생을 이끄는 실효성있는 대책이 되려면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광 등 비필수 목적의 방문객은 백신접종과 음성진단 여부를 확인하고 방역인증을 마친 숙소와 시설 이용만 허용하는 '마이크로 트래블버블(micro travel bubble)' 도입이 갑작스런 트래블버블 중단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