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 김수지 대학생 기자] 퇴직은 50대부터 시작된다. 연장된 기대수명에 비해 점점 빨라지기만 하는 퇴직 연령에 다시 취업 시장으로 돌아가는 시니어들이 있다. 지하철 택배 배달 서비스인 배기근 실버퀵 대표와 생거진천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시니어 바리스타를 만나봤다.
768만 명, 813만 명, 854만 명. 다음은 2019년부터 끊임없이 증가한 고령 인구의 수다. ‘주된 일자리’라는 개념도 생겼다. 한 개인이 최종 교육과정을 마친 후에 취업 후 퇴직할 때까지 일하는 곳이다. 정부 관계 부처가 낸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구축 계획’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50세 전후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다. 또한, 고용노동부에 의하면 은퇴 등으로 경제 활동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나이는 남성 72세, 여성 70세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늦게까지 노동시장에 참여한다.
지하철 위의 고령 청춘, ‘실버퀵 지하철 택배 배달’
배기근(70) 실버퀵 대표는 2001년 서비스를 정식 오픈했다. 그는 “대부분의 공원에서는 바둑을 두는 노인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이 없어 쉬고 있는 사람들의 시간과 노동력을 어떻게 하면 잘 이용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실버퀵 서비스 이전의 상황을 설명했다. 운임요금을 별도로 내지 않는 65세 노인들의 조건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고민하던 배 대표는 ‘지하철 택배’라는 서비스를 생각해냈다. 비교적 저렴한 시급에도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들은 흔쾌히 손을 들었다.
실버퀵 직원들은 지하철을 이용해 고객들에게 택배를 전달해준다. 우편과 같은 작은 것부터 태극기 설치, 물건 배달 등의 큰일까지 도맡아 한다. 실버퀵의 직원 수는 현재 40명 정도다. 이에 대해 배 씨는 “40명의 직원이 매일 오는 것은 아니다. 85세의 어르신도 하시는데, 다들 나이가 있다 보니 돌아가며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버퀵에서 일하는 것은 간단하다. 간단한 이력서를 제출하고, 서울의 지리를 잘 알고 있다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배 씨는 “무엇보다 서울의 지리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면접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이력서 보다는 서울의 지리를 얼마나 잘 아는지 시험해본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실버퀵을 알게 된 경로는 주변 지인들이나 신문이다. 배 씨는 “직원들은 지하철로 이동하고, 스마트폰 지도로 길을 찾는 과정에서 힘든 점은 거의 없다”며 “체력적으로 힘든 것 외에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규칙적으로 출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급여는 당일 지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백승익(81) 씨는 실버퀵에서 일한 지 15년이 됐다. 신문을 보고 실버퀵을 알게 된 백 씨는 ‘건강’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다. 그는 “당뇨병이 있어서, 산을 다니다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시작한 것이 15년이 됐다”며 “이제는 허리도 좋지 않아서 그동안 나한테 서비스를 주문한 단골들의 배달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씨 외에도 많은 직원이 단골을 보유 중이다.
백 씨와 일을 기다리던 직원들은 스마트폰 지도를 통해 배달지를 확인했다. 백 씨와 직원들은 “이 일을 통해 조금 더 젊게 살 수 있는 것 같다”며 “일을 하며 스마트폰 사용법도 배우고, 배달을 통해 돈도 버니까 뿌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 씨는 “일을 통해서 용돈을 벌거나 건강을 회복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이곳에서 일하는 모두가 본인의 일자리가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젊게 사는 것 같아서 좋아요” 시니어 바리스타
충북 진천군은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여러 제도를 운용 중이다. 바리스타 교육부터 그들이 일할 수 있는 카페까지 제공한다. 생거진천종합사회복지관 1층 청춘 카페에서 일하는 정승례(74) 씨와 강수은(76) 씨를 만나봤다. 청춘 카페는 노인 일자리 전담기관인 진천 시니어 클럽을 통해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운영되는 카페다.
강 씨와 정 씨는 청춘 카페에서 일한 지 각각 8년 차, 7년 차다.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바리스타 자격증 공부와 취득까지 마쳤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실기와 필기로 구성되어 있어, 어려울 수 있다. 강 씨와 정 씨는 “배우는 과정이 어렵긴 하다. 하지만 동년배들끼리 다 같이 배우니까, 재미있어서 힘든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정 씨는 청춘 카페에서 일하기 전,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다문화 가정에 한글을 가르치기도 했다. 해당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시니어 사업단의 권유로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따 현재까지 근무 중이다. 강 씨는 친구의 권유로 일을 시작했다. 그는 “같은 나이의 사람들과 일하며, 내 손으로 직접 맛있는 과일 주스나 커피를 만들 수 있어서 좋고, 이 나이에 돈을 번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이 나이에 다시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입을 모았다. 일을 고민하는 노인에게 응원의 말을 전하며 강 씨는 “몸이 아픈 사람도 일하면 아픈 것이 도망간다”며 “이 나이에 일하는 것이 즐거우니 아픈 것이 없고, 여러 사람을 만나서 좋은 얘기를 하다 보면 배우는 점도 많고 우리의 시야에서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고 일을 추천했다. 정 씨도 “포기하지 말고, 배워야 한다. 배워서 일이 익숙해지다 보면 어떤 일이든지 재미가 있어 시간이 금방 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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