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했던 전 삼성증권 직원이 “이른바 ‘프로젝트G’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전체적인 아이디어를 모아 정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단순히 이재용 부회장(사진)만을 위해 작성된 문건이 아니라는 의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박정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련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에 대한 2차 공판을 6일 열었다. 이날 검찰은 전직 삼성증권 팀장 한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했다.
한씨는 2004년부터 2018년 초까지 삼성증권에서 근무하며 프로젝트G를 포함해 다수의 승계 관련 문건 작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프로젝트G는 삼성이 2012년 12월께부터 작성해온 경영권 방어 관련 보고서다.
검찰은 이 보고서에 근거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 부회장 승계에 유리한 쪽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은 경영 판단에 기초한 결정일 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한씨에게 프로젝트G 문건 작성 취지에 대해 자세하게 물었다. 검찰이 제시한 프로젝트G 문건은 ‘그룹지배구조 현안 및 문제점’ ‘각 지배구조 주요 이슈별 대응 방안 검토’ ‘그룹의 지배구조 설립 방안’ 등의 목차로 구성돼 있다. 한씨는 “굉장히 많은 이슈가 복잡하게 얽힌 만큼 지배구조 개선에 있어 효과적인 시나리오를 생각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씨는 프로젝트G의 목표에 대해 “지분이 축소돼 경영권 분쟁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을 해소하고, 규제에 맞춰가면서도 경영권이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것을 전제했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이 “(프로젝트G 문건에) 승계 및 계열 분리를 대비해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돼 있지 않냐”고 추궁하자 한씨는 “그게 전체적인 목적은 아니다. 고려할 사항 중 하나”라고 해명했다. 프로젝트G 문건이 이 부회장 승계 작업을 위해 무리하게 작성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해당 문건에는 ‘회장님 승계 시 증여세 50% 과세’ ‘그룹 계열사 지배력 약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한씨는 이에 대해 “증여세제를 고려해 대주주가 직접 보유한 지분을 팔아 과세 금액을 마련할 경우 그룹 전체에 대한 지분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표시한 것”이라고 답했다.
오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