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임기가 끝나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재임 기간에 금융 분쟁 조정 처리 기간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년간 사모펀드 사고와 최고경영자(CEO) 징계가 이어진 은행권에선 소요 기간이 최대 6배 급증했다.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업계 때리기’에 집중하면서 오히려 근본 해결책인 분쟁 조정 역할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분간 김근익 수석부원장 대행 체제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감독기구 본연의 역할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윤석헌 원장, 3년 임기 마무리
6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8년 5월 취임한 윤 원장은 7일 3년 임기를 마치고 이임식을 연다. 아직까지 후임 인사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날까지 차기 후보가 정해지지 않으면 김 수석부원장이 원장직을 대행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감원장을 먼저 임명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우선 개각이 이뤄지고 난 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인사를 맞물려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차기 원장 후보로는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 김용범 전 기재부 제1차관,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 수석부원장 등이 거론돼 왔다. 관료 외에는 학자 출신인 김은경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업계 때릴 동안 분쟁 조정 ‘하세월’올초까지 거론되던 윤 원장의 연임 가능성이 수면 아래로 쏙 들어간 것은 그동안의 경영 방식이 독으로 작용했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과도한 금융권 때리기에 치중하면서 업계 및 노조와의 갈등 구도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지난 5년간 분쟁 조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윤 원장 재임 동안 대부분 금융업권에서 소비자 분쟁 처리 기간이 눈에 띄게 늘었다. 금감원의 주 타깃이던 은행권은 지난해 분쟁 조정 815건 중 인용된 485건의 평균 처리 기간이 183일에 달했다. 2018년 평균(30일)에 비해 6배 늘었다. 기각된 건도 평균 처리 기간이 224일로, 2018년(49일)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금감원 직원 1인당 접수 건수가 이 기간 52건에서 49건으로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과도하게 시간이 지연됐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금감원은 2019년 해외 금리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소비자 분쟁이 일시적으로 급증한 탓이라고 해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2019년 은행의 사모펀드 관련 분쟁 접수 건수(1인당 83건)가 늘어나 기간이 오래 소요됐다”며 “일시적인 영향이 크고, 사모펀드 이외 사건은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왔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인용된 사건 기준으로 보험업(31일→51일), 대부업(24일→51일), 저축은행·상호금융·신용평가사(35일→70일) 등 타 업권에서도 분쟁 해결 기간은 늘어났다. 단 금융투자업(46일→46일)과 여신전문회사(32일→30일)는 비슷했다.
소비자 민원 해결과 보호의 기본이 되는 분쟁 조정 절차가 더 신속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윤 원장 재임 기간에 많은 금융사 임직원이 오랫동안 이어지는 제재심의위원회와 분쟁조정위원회 절차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며 “개별 분쟁 조정 현안들을 빨리 마무리해줬다면 현업에서 소비자를 위해 상품·서비스를 더 빠르게 개선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창현 의원은 “향후 임명되는 새 원장은 민원과 분쟁 해소라는 감독당국의 기본을 재확립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소람/김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