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책을 손에 넣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명성이 높은 책도 예외는 아니다. 저명한 저자의 빼어난 책도 막상 필요해서 서점에 가보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출간된 지 오래됐거나 스테디셀러가 아니면 초판도 소진하지 못한 채 ‘절판’의 운명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출간 직후’라는 짧은 기간에 책을 만나지 못한 독자는 도서관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오래된 절판 도서를 찾는 이들의 눈이 번쩍 열릴 만한 책 세 권이 새로 나왔다.
《한국문화의 뿌리를 찾아》(존 카터 코벨 지음, 눈빛)는 저자 사후인 1999년 출간(학고재)됐던 동명의 저서를 개정·증보한 책이다. 저자가 한국을 방문했던 1978~1986년 발표한 1400여 편의 한국미술 관련 칼럼 중 ‘한국 문화의 뿌리’와 관련한 글들을 모았다. 20년 전 초판본의 오류를 수정하고 ‘비천상’에 관한 원고를 추가했다. 이방인의 푸른 눈에 비친 신라 금관과 금 장신구의 화려함, 고려시대 은 상감 그릇의 호화로움, 도자기와 서예 작품이 발산하는 곡선의 미학은 세월이 흐른 뒤 읽어도 생생하게 전해진다.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석수의 모습에서 무덤을 지키기 위한 무속의 의미와 특징이 반영됐음을 찾고, 정월 대보름 굿을 할 때 종이로 만든 자작나무를 제단에 세우는 데서 무속이 계승되는 현장을 포착하는 등 한국 문화의 근원을 집중적으로 천착한 노력도 주목된다.
《성장의 한계》(도넬라 메도즈 외 지음, 갈라파고스)는 반세기 전인 1972년 로마클럽이 발표한 ‘인류 위기에 관한 프로젝트 보고서’를 근간으로 한 글로벌 베스트셀러를 다시 내놓은 것이다. 환경문제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이 책은 37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1200만 부 이상 팔렸다. 1992년 나온 개정판이 30주년을 맞은 시점에 재출간됐다.
한국 독자들에게 새로 선보이면서 1990년대 이후 달라진 상황을 반영하는 등 적잖은 공을 들였다. 초판 출간 이후 각종 오류에 대한 지적과 격렬한 반론이 제기되면서 부각된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의도도 숨기지 않는다.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후문제나 자원 고갈 등 부분적인 문제에 집착하지 않고 전체를 포괄하는 ‘시스템적 관점’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이 책이 지닌 의의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실제로 해보지 않고 확실하게 아는 방법은 세상에 없다”는 메시지는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다.
《몰입의 즐거움》(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해냄)은 심리학 및 교육학 분야 권위자인 저자의 주저(主著)로, 국내 출간 20주년을 맞아 다시 나왔다. 표지 디자인을 새롭게 하고 바뀐 한글 표기법을 반영했다. 시대 변화상을 반영해 전자책도 함께 출시됐다.
1970년대부터 ‘몰입’ 연구에 ‘몰입’해온 저자는 “힘겨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세상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더더욱 자신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나를 지키는 삶의 열쇠는 몰입에서 찾을 수 있다”며 “좋아하는 마음이 몰입을 만들고, 몰입이 일상에 의미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전해주는 울림은 책의 디자인이 바뀌고 판이 달라졌어도 변함이 없다.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