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양대 노총의 최저임금위원 자리 쟁탈전

입력 2021-05-06 17:35
수정 2021-05-07 00:11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 일정이 ‘거북이걸음’을 걷고 있다. 지난달 20일 첫 전원회의가 열렸지만 ‘개점휴업’ 상태다. 2차 전원회의는 한 달 만인 오는 18일에야 열릴 예정이다. 최저임금위원들의 임기가 13일 종료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위원 제청권을 쥐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양대 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서로 자신이‘제1노총’이라며 힘겨루기에 나서면서 새 근로자위원 구성에 애를 먹고 있어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달 9일 각각 4명과 5명의 새 근로자위원 명단을 고용부에 제출했다. 현재 근로자위원 9명 가운데 1명(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의 임기가 1년 남은 것을 감안하면 양대 노총 모두 5명씩 추천한 셈이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지금까지 근로자위원 구성은 관례적으로 소속 조합원 수가 많았던 한국노총이 5명, 민주노총이 4명을 추천해왔다. 하지만 정부 공식 집계로 2019년 제1노총이 뒤바뀌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위원 임기 만료 시점에 맞춰 민주노총이 제1노총의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질세라 한국노총은 최근 광역연맹, 공공노총 등과 통합하면서 다시 제1노총 지위를 회복했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고용부는 최저임금 심의가 본격화하기도 전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민주노총이 현재 공익위원들은 최근 2년간 낮은 인상률을 주도한 인물이라며 사퇴를 요구하는 것도 모자라 근로자위원 구성을 놓고 노노(勞勞)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10명의 근로자위원 추천 명단을 받은 고용부는 양 노총에 ‘자체 조율’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이렇다 할 답을 받지 못했다. 이에 고용부는 재차 근로자위원 추천 명단의 조정을 요청했으나 양 노총 모두 팔짱을 풀지 않고 있다.

고용부 장관이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한 것은 지난 3월 말, 총 90일간의 법정 심의기간 중 벌써 3분의 1 이상이 흘렀다. 하지만 최저임금위 위원 임명권을 쥐고 있는 청와대도 뚜렷한 ‘시그널’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위 안팎에서는 임기가 1년 남은 김만재 위원을 제외하고 양 노총에 4명씩 추천권을 주는 것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양 노총에 절반씩 추천권을 주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1년의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고용부로서는 민주노총이 제출한 명단 중 1명을 찍어 걷어내야 하는 부담이 남는다. 민주노총의 ‘전투력’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어서 7일 취임하는 안경덕 신임 장관의 결단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