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메갈 찾아라"…'손가락' 논란에 유통업계 초토화

입력 2021-05-06 12:47
수정 2021-05-06 13:56

GS25에서 시작된 젠더 갈등이 맥도날드·무신사 등 유통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른바 '숨은 메갈(리아) 찾기'가 확산하며 여러 유통업체가 과거 홍보물을 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젊은 세대가 양성평등에 대한 기준치가 높아지며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는 평이 나오는 한편 유통업계에서는 "과도한 논란"이라며 볼멘소리도 나온다. GS25 '손가락'서 시작된 논란…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젠더 갈등은 편의점 GS25가 공개한 포스터에서 점화됐다. GS25가 이달 1일 자사 인스타그램 계정에 캠핑용품 행사 홍보물을 올리면서다.

이 포스터가 논란이 된 건 일부 이미지와 문구가 급진적 페미니즘 커뮤니티인 '메갈리아'와 연관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은 엄지와 검지를 오므린 손동작이 메갈리아를 상징하며, 소시지 역시 남성의 신체 부위를 조롱한다는 의미를 담고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포스터에 담긴 영문 문구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감성 캠핑을 위한 필수 아이템)'의 영어단어 머리글자를 뒤에서부터 읽으면 '메갈(MEGAL)'이란 단어가 완성된다고도 했다.


남성혐오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는 건 GS25만이 아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한국맥도날드는 여성 유튜버 '재재(본명 이은재)'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다는 이유로 일부 남성 소비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들은 "재재는 페미니스트의 요람인 여대 출신이며 방송에 출연해 비혼식을 거행했다고 떠들고 다니는 대표적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며 맥도날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패션 쇼핑몰 무신사는 최근 현대카드와 진행한 '물물교환' 이벤트 포스터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포스터에는 카드지갑과 카드 이미지가 담겼는데, 이 물건을 든 손 모양이 메갈리아 로고와 흡사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무신사 측은 "남성 혐오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남성 혐오' 의미 신조어 사용도 지적
일부 유통업계가 남성혐오의 뜻을 담고 있는 신조어를 사용한 사례도 재조명됐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편의점 CU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담당자가 지난해 자사 계정 게시글에서 '허버허버', '오조오억' 등의 단어를 사용한 것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오조오억'은 남성의 정자가 쓸데없이 5조5억개나 된다는 뜻을 담은 혐오표현이며, '허버허버'는 남성이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는 것을 표현하는 의성어·의태어로 쓰인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는 젊은 세대가 공정성을 주요 가치로 생각하며 이 같은 젠더 갈등 문제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는 공정성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 그만큼 특정 성별을 비하하는 것에 대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젠더 갈등은) 건강한 사회라면 당연히 발생해야 하는 갈등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다만 일부 논란을 과도하게 부추기는 세력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 콘텐츠 소비 알고리즘상 (콘텐츠 소비자가) 젠더 갈등 관련 이슈를 보면 또다시 관련 기사나 커뮤니티 게시글 등 연관 콘텐츠를 연속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해당 이슈가 확대 재생산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홍보물을 만들 때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논란이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홍보물까지 일종의 '검열 대상'이 되고 있어 마음을 졸이고 있다"며 "소비자 기준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 홍보물을 제작할 때는 더욱 세심하게 신경 쓰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홍보물에 남성 또는 여성 혐오 관련된 의미를 담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논란이 생길 만한 홍보물이 아닌데도 너무 질타하는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물건을 집는 손가락 모양 등은 홍보물에 흔히 쓰이는 이미지인데 어떻게 해야 논란 없이 표현할 수 있을지 현업 부서에서는 다소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