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사진)이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부양책으로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진 가운데 전 중앙은행(Fed) 의장이자 경제정책 수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금리 인상 등 긴축 전환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옐런 장관은 4일(현지시간) 미 시사월간지 애틀랜틱 주최로 열린 ‘미래 경제 서밋’ 행사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정부 지출액이 경제 크기에 비해 작긴 하지만 대규모 투자는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유도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작년 3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발생 후 미 정부와 의회는 5조3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시행했다.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인프라 등에 4조달러를 추가 지출하는 계획도 별도로 추진 중이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도 이날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과 부양책 시행 등 지난해 12월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며 “테이퍼링 논의를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테이퍼링은 올해 말, 금리 인상은 이르면 내년 말부터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테이퍼링은 애초 예상보다 수개월, 금리 조정은 1년가량 앞당겨지는 것이다. 미국이 긴축에 나서면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이 가시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옐런 장관의 ‘깜짝 발언’ 여파로 뉴욕증시는 출렁였다. 나스닥지수는 이날 1.88% 급락했다가 다음날인 5일 개장 직후 0.7% 반등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