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대학에 안 가는 청년들에게 해외여행비 1000만원을 지원해 주는 건 어떤가”라는 제안을 내놔 논란을 빚고 있다. 고졸 청년들이 세계여행을 통해 안목과 식견을 넓혀 구직시장에서 대졸자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여권 대선주자 중 선두가 ‘청년 대책’이라며 내놓는 발상의 가벼움, 이런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수용되는 정치환경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지사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수백조원이 소요될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금융 등 퍼주기식 이른바 ‘기본 시리즈’를 계속 쏟아냈다. 여기에 4·7 재·보궐선거 표심을 확인한 뒤 청년 대책이라고 추가한 게 고졸자 해외여행 경비 지원 아이디어다. ‘기본 시리즈’도 그렇지만, 여행경비 지원 역시 정확한 예산추계나 재원대책이 전혀 없다. “슬쩍 던져보는 선정적 낚시 발언”(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발언이 가져올 후폭풍이다. ‘아니면 말고’식 포퓰리즘 공약들이 이미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이 지사가 ‘기본 시리즈’를 밀고나가자 경쟁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현재 7세까지 주는 아동수당을 18세까지 늘리자고 제안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이에 질세라 25세 청년에게 1억6000만원 정도의 ‘기본자산’을 만들어주자는 ‘사회적 상속’ 아이디어를 내놨다.
민주당은 한술 더 뜬다. 등 돌린 ‘이대남(20대 남성)’ 유권자를 잡겠다며 △군 가산점제 부활 △여성 의무복무제 도입 △암호화폐 과세 유예 등의 논쟁적 이슈를 앞뒤 안 가리고 던지고 있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청년가족부를 만들자”(김남국 의원)는 대목에선 실소를 금치 못할 정도다.
청년층, 특히 20~30대 남성이 지난 선거에서 여당을 외면한 이유는 명확하다. 민주당이 돈을 충분히 안 풀어서도, ‘인기영합 발언’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일자리 절벽, 집값 폭등에다 내로남불식 국정 운영 등 잇단 실책이 복합적으로 이들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 여당이 진정성 있는 청년대책을 세우겠다면 지난 4년간 국정 실패의 철저한 반성과 과감한 정책기조 전환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얄팍한 선심 정책으로 다음 선거에서 표를 얻어볼 요량이라면 일찌감치 생각을 바꿔먹는 게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