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먹는 백신, 뿌리는 백신

입력 2021-05-05 17:27
수정 2021-05-06 00:21
“바늘과 주사기는 필요 없다. 먹는 알약이나 콧구멍에 뿌리는 스프레이 백신이 곧 나온다.” 미국과 영국 제약업체들이 경구용·분무형 코로나 백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백신이 나오면 저온보관이나 2회 접종 등 번거로움 없이 투약이 편하고 유통도 쉬워진다.

알약 백신 개발은 미국 백사트와 영국 아이오바이오가 주도하고 있다. 백사트는 지난 2월 실험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면역은 물론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곧 임상 2상에 들어갈 모양이다. 아이오바이오는 지난달 원숭이 임상시험에서 높은 효과를 확인하고 미국인에 이어 영국인 대상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스프레이 백신은 미국 바이오회사 알티뮨이 앞서가고 있다. 이 백신은 감기 유발 바이러스의 변이를 활용해 혈액 내 항체 생성을 돕는다. 분무형 백신은 점막 면역으로 바이러스 전파를 줄일 수 있고, 면역 반응기간도 긴 편이다.

올 연말에는 알약 치료제까지 나올 전망이다. 미국 화이자의 최고경영자는 최근 “먹는 코로나 치료제의 초기 임상시험 중이며 승인만 받으면 올해 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유일한 치료제인 렘데시비르는 정맥 주사제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코로나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엔데믹(endemic·주기적 유행)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고, 백신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백신 선진국의 영향력은 더 커지게 된다.

미국은 우리보다 코로나 발병이 늦었는데도 백신 개발속도는 훨씬 빨랐다. 미국 정부가 백신 개발에 쏟아부은 돈은 180억달러(약 20조원)에 이른다. 모더나와 화이자에 각각 25억달러(2조8000억원)와 19억달러(2조1000억원)를 선지급해 연구개발을 도왔고,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에도 12억달러(1조3500억원)를 지원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백신을 개발 중인 업체는 5곳이다. 제일 앞선 2곳이 임상 2상 단계여서 내년 상반기는 돼야 출시를 기대할 수 있다. 올해 백신 개발에 책정된 예산은 687억원에 불과하다. 임상 최종단계인 3상에만 수천억원씩 드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동안 정부가 재난지원금으로 50조9000억원을 뿌렸지만, 국민은 주사형 백신조차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고두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