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VR로 질병 치료하는 시대 온다

입력 2021-05-05 17:19
수정 2021-05-12 19:11
게임,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가 이르면 연내 출시된다. 국내 헬스케어 벤처기업들이 재활, 불면증, 근감소증 등 다양한 질병을 다스릴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앞다퉈 나선 덕분이다.

5일 헬스케어업계에 따르면 라이프시맨틱스는 최근 호흡재활용 디지털 치료제 ‘레드필 숨튼’에 대한 임상시험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 디지털 치료제가 국내에서 임상에 들어간 건 이 제품이 두 번째다. 디지털 치료제는 게임, VR, AI 등을 활용해 질병 치료 효과를 내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말한다. 의학적인 효능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헬스케어 앱과 차별화된다.

레드필 숨튼은 환자의 컨디션에 꼭 맞는 재활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통상 호흡 재활이 필요한 경우 매주 3~5회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병원을 거의 매일 방문해야 하다 보니 상당수 환자는 약물로 대신한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산소포화도·폐활량 확인 장비를 연동해 가정에서도 재활운동과 자료 수집이 가능하도록 했다. 회사 관계자는 “연내 임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보건의료연구원과 협력해 건강보험 적용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KOTRA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6년 16억7000만달러에서 2025년 89억4000만달러로 다섯 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이미 미국에선 2017년부터 디지털 치료제가 상용화됐다. 조현병,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알코올 중독 등 치료 영역도 다양하다. 미국 아킬리인터랙티브랩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치료하는 게임 소프트웨어인 ‘인데버’로 지난해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국내 기업인 빅씽크테라퓨틱스도 미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강박장애 치료용 디지털 치료제인 ‘오씨프리’의 탐색임상 계획에 대해 미국 임상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 승인을 받았다. 국내 디지털 치료제가 미국에서 임상 승인을 받은 첫 사례다. 2024년까지 임상을 마친 뒤 FDA 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2019년 디지털 치료제로 국내 첫 임상에 진입한 뉴냅스도 올해 허가를 목표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의 ‘뉴냅비전’은 VR 기기를 활용해 뇌졸중으로 인한 시야 장애 후유증을 치료한다.

지난 3월 한독에서 30억원 규모 투자를 받은 웰트도 알코올 중독, 불면증, 근감소증 대상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에임메드는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로 올해 허가임상 진입이 목표다. 라이프시맨틱스도 암 환자의 예후 관리를 돕는 ‘레드필 케어’로 레드필 숨튼에 이어 두 번째 임상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